"중국만 군부편"…미얀마 시위 와중서 반중정서 급속 확산
바이든 '경제 제재' 등 국제사회 압박 이용…소수민족도 나서 엿새째 평화시위
군부, 당사 급습 이어 수치 측근·NLD 고위관계자·선관위원 잇단 '심야 체포'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군사 쿠데타에 반대하는 미얀마의 거리 시위가 11일 엿새째로 접어든 가운데 군부를 사실상 두둔해온 중국을 비난하는 시위와 여론전이 이어지는 등 반중 정서가 급속 확산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제재 방침과 뉴질랜드의 정치·군사교류 중단 등 미얀마 군부를 겨냥한 국제사회 압박을 이용, 중국의 태도 변화를 끌어내려는 행보로 보인다.
현지 매체 이라와디 등에 따르면 이날 최대 도시 양곤의 중국 대사관 앞에서는 약 1천 명의 시위대가 몰려들었다. 이틀째 시위로, 전날과 비교해 규모가 훨씬 커졌다.
시위대는 중국 시진핑 주석과 미얀마의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악수하는 사진 위에 '미얀마 군사 독재자 지지를 멈추라'는 글귀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전 세계가 미얀마 국민 편인데, 중국만 군사정권 편'이라고 적힌 팻말도 찍혔다.
중국 정부에 대한 미얀마 시위대의 불만은 커질 대로 커진 상태다.
서방 국가들이 일제히 쿠데타를 비판하고 나선 가운데, 중국은 미얀마 각 당사자가 갈등을 적절히 처리해 안정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만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쿠데타를 규탄하려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성명에 중국이 러시아와 함께 반대한 사실도 시위대가 중국을 미얀마 군부의 '뒷배'로 지목하는 이유다.
SNS에는 중국 항공기가 중국 기술 인력을 미얀마로 데려왔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시위를 탄압하기 위한 군정의 조치에 중국이 인력까지 지원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대해 중국 대사관 측은 전날 페이스북에 이 항공기는 해산물을 수출입하는 정기 화물기라며 의혹을 부인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이런 가운데 양곤과 제2 도시 만달레이 그리고 수도 네피도 등 곳곳에서 엿새째 시위가 이어졌다.
현지 언론과 SNS에는 공무원, 노동자, 학생 및 교사, 의료진은 물론 수녀들과 보디빌더 등 다양한 시위대가 행진하며 쿠데타를 규탄하고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등 구금된 인사들의 석방을 외치는 모습이 전해졌다.
100여 개 소수민족 중 가장 규모가 큰 이들 중 하나인 카렌족들도 양곤의 거리 시위에 동참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자치를 요구하는 소수민족은 수 십 년간 미얀마 군부와 충돌해왔다.
군부는 이날도 이틀째 '자제 모드'를 이어갔다.
지난 9일 네피도에서 경찰이 쏜 실탄에 맞은 시위 참여자 미야 테 테 카잉(20)이 중태인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군부는 수치 고문 측근인 쬬 띤트 스웨 국가고문실 실장과 민주주의 민족동맹(NLD) 지도부, 작년 총선 결과를 승인한 선관위 관계자들을 전날 밤 자택에서 체포해 구금 중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또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4시까지 통행이 금지된 만달레이에서 전날 밤 보안군이 일부 시민들을 곤봉과 군화 등으로 폭행했다는 '미확인' 동영상이 SNS에서 퍼지고 있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심각한 부정이 발생했음에도 정부가 이를 조사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지난 1일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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