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거진 2·4 부동산대책 불확실성…정부 "속도전으로 대응"

입력 2021-02-10 05:51
불거진 2·4 부동산대책 불확실성…정부 "속도전으로 대응"

전문가들 "택지·물량·시기 모호성 조속히 걷어내야"



(서울=연합뉴스) 김종현 기자 = 정부가 의욕적으로 내놓은 2·4부동산 공급대책의 문제점이 하나둘 드러나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부동산 정책의 신뢰 확보에 가장 기본적인 어디서, 어느 정도의 물량을, 언제 공급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전국 83만 가구, 서울 32만 가구 공급이라는 큰 얼굴의 그림을 내놓긴 했지만 눈, 코, 귀, 입이 그려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부가 신속하게 정책의 모호성을 해소하지 않을 경우 전·월세 시장 불안, 기존 아파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부채질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2·4 대책의 모호성 갈수록 부각

어느 지역이 재개발, 재건축될 것인지 불확실성이 짙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7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서울 시내에서 보수적으로 잡아도 222곳이 정부가 생각하는 사업 예정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렇게 숫자가 많다 보니 역세권의 웬만한 미개발지나 저층 주거지, 준공업지역 등에서는 갑자기 부동산 거래가 끊겨 재산권 행사가 제한받고 실수요자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2월 4일 이후 이뤄진 거래에 대해서는 우선 입주권이 없으며 현금 청산하겠다고 정부가 못을 박았기 때문이다.

공공주도 개발사업의 경우 3분의 2만 찬성하면 공공주택특별법에 따라 토지를 사실상 강제수용하는 것도 분쟁의 소지가 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는 법률상의 계약자유의 원칙에 반한다"고 했다.

물량 '뻥튀기' 논란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부는 서울에 32만3천 가구를 공급하기로 했으나 신축매입 2만5천가구, 비주택 리모델링 1만8천가구 등 4만3천 가구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확실하다고 하기 어렵다. 정비사업(9만3천가구), 역세권(7만8천가구), 준공업지역(3천가구), 저층 주거지(1만3천가구) 등의 사업은 땅 주인·집주인, 세입자의 이해를 조정해야 한다.

언제 공급될 수 있을지는 더욱 불투명하다. 정부는 전국 83만 가구 공급이 2025년까지의 용지 확보 기준이라고 했다. 이해당사자가 동의해도 도시기본계획, 기반시설, 대지조성 등을 거쳐야 건설에 나설 수 있다. 지금 당장 공사가 가능하다면 아파트 기준으로 3∼4년 내 공급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부지 확보가 3∼4년 늦어지면 실제 공급은 7∼8년 후에나 가능하다.

변 장관은 "도심에 충분한 주택이 공급될 테니 믿고 기다려달라"고 했지만, 대부분의 공급이 다음 정권으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실수요자들로서는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런 분위기 확산을 막기 위해 속도전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지난 9일 녹실회의에서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2·4 대책의 내용을 구체화하고 신속하게 집행하는 한편 신규 공공택지 지정을 최대한 앞당기기로 했다. 관련법 정비도 다음 달 마무리하기로 했다.

◇ 단기 공급대책 서둘러 시장 불안 해소해야

대책의 불투명성으로 부동산 시장의 불안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공공주도 개발에 사업성이 떨어지는 강북만 참여하고 강남은 민간 개발로 갈 경우 강북의 고밀화만 가중돼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사업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공공아파트를 분양받으려는 수요가 집을 사지 않고 대기하다 보면 전월세 가격을 흔들어 결국 기존 아파트값을 올려놓을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민간을 대신해 공공이 사업을 주도하겠다고 하지만 공공기관이 민간 기업처럼 정비 사업지의 복잡한 이해관계, 권리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뚝심이 있을지가 의문"이라면서 "정비사업은 장기적인 계획하에 이뤄지는 것인데 정권이 바뀔 경우 사업 동력이 유지되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정비 대상 지역과 물량, 기간에 대한 불투명성이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면서 "선정 기준과 해당 지역을 조속히 정해 발표해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고 원장은 "막연하게 5년 후에 공급한다고 하면 수요자들로서는 막막할 수밖에 없다"면서 "계획을 단기와 중장기로 구분하고 3년 안팎에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단기대책을 서둘러 추진함으로써 공급에 민감한 실수요자들을 안심시켜야 한다"고 했다.

권대중 교수는 "도심 정비사업을 공공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면서 "공공주도 개발 때 부여하는 혜택인 재건축초과이익 환수 배제 및 2년 실거주 요건 면제를 민간 재건축에도 주고 늘어나는 용적률만큼 기부채납 받으면 효과는 공공주도나 민간주도나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강북은 고밀개발로 교육, 교통, 환경이 악화하고 강남은 저밀 개발로 주거 쾌적성을 높일 경우 집값 격차에 따른 강남·북의 양극화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kimj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