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미 '예멘 정상화' 선긋기...사우디 무기수출 중단요구 거부

입력 2021-02-09 09:35
수정 2021-02-09 09:38
영, 미 '예멘 정상화' 선긋기...사우디 무기수출 중단요구 거부

외무 부장관 "미국 결정은 미국의 것…우리는 고유의 책임 있다"

사우디 , 영국 무기수출의 40% 차지하는 '거물 고객'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영국이 미국의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무기 수출 금지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영국 외무부 제임스 클레벌리 부장관은 8일(현지시간) "무기수출에 관한 미국의 결정들은 미국을 위한 것"이라면서 "영국은 무기수출에 대한 우리 고유의 책임을 매우 심각히 여긴다"고 말했다고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클레벌리 부장관은 영국의 무기수출 허가는 인권 관련 법률을 위반하지 않기 위해 매우 신중하게 처리되고 있다면서 "엄격한 기준에 따라 무기수출 허가를 지속해서 평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우디에 대한 무기수출 금지 등 '예멘 정상화'에 동참해달라는 동맹 미국의 압박을 거부한 것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사우디는 2010~2019년 영국의 전체 무기 수출액의 40%를 차지하는 거물급 고객이다.

그러나 영국 정부의 사우디에 대한 무기수출 지속 방침은 여당인 보수당이나 야당 노동당에서도 반대에 직면했다.

제1야당인 노동당의 그림자내각 외무장관인 리사 낸디 의원은 "영국의 무기 수출과 기술지원이 예멘 전쟁을 지탱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결정으로 영국은 동맹국들과 위험한 수준으로 유리되고 고립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원의 토비아스 엘우드 국방위원장(보수당) 역시 정부에 "가장 가까운 동맹국(미국)과 입장을 전적으로 맞춰야 한다"면서 예멘 전쟁과 관련된 무기 수출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미국의 결정은 매우 환영할만한 것으로, 현 세계무대에서 영국의 역할에 대한 중대한 첫 시험대"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부터 이어진 예멘 정책을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뒤 뒤집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4일 국무부 연설에서 인도주의적 대재앙을 만든 예멘 전쟁은 종식돼야 한다면서 관련 무기 판매를 포함해 예멘 전쟁에서 공격적 작전을 위한 모든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는 예멘 전쟁 관여를 중단하는 대신에 유엔이 주도권을 쥔 정전 노력과 동면 상태의 평화협상 재개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사우디는 예멘 내 후티족이 이란의 지원을 받아 자국 안보를 위협한다면서 아랍연합군을 꾸려 전쟁을 주도했고, 미국은 이 연합군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무기를 판매하고 병참지원을 해왔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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