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취임축시 고먼, 슈퍼볼 개막식까지 '접수'했다

입력 2021-02-08 16:00
바이든 취임축시 고먼, 슈퍼볼 개막식까지 '접수'했다

시인 첫 사례…팬데믹 시민 영웅들에 헌시 낭송

슈퍼스타 존재감…문학계 "시인 유명인사 시대 다시 왔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에서 축시를 낭송해 주목받은 흑인시인 어맨다 고먼(22·여)이 미국 최대의 스포츠 축제 슈퍼볼의 서두까지 장식했다.

문학계는 슈퍼스타 시인의 탄생에 흥분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AP통신, ABC방송 등에 따르면 고먼은 7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탬파의 레이먼드 제임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프로풋볼(NFL) 챔피언결정전(슈퍼볼) 개막식에서 미리 녹화된 영상으로 자작시 '주장들의 합창'을 낭독했다.

"앞장섰네. 모든 예상과 한계를 넘어. 공동체와 이웃에 행복을 전했네. 지도자로서, 치유자로서, 교육자로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대유행을 막기 위해 일선에서 분투하는 시민들을 칭송하는 헌시였다.

앞서 NFL 사무국은 퇴역 군인, 중환자실 간호사, 교사를 각각 대표하는 제임스 마틴, 수지 도너, 트리메인 데이비스를 이번 슈퍼볼의 명예 주장으로 선정했다.

단일 스포츠 이벤트로 세계 최대급을 자랑하는 슈퍼볼 무대에 시인이 등장한 것은 미국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고먼은 "슈퍼볼에 시가 등장한 것은 예술과 미국에 대단한 일"이라며 "우리가 고립됐다고 느낄 때에도 인간들이 서로 연결돼 있다고 상상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먼은 지난달 20일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식에서 축시 '우리가 오르는 언덕'(The Hill We Climb)을 낭송한 것으로 계기로 유명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낸 축시는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와 국민적 분열을 극복하고 희망과 통합을 노래하자는 내용으로 미국 전역에 감동을 뿌렸다.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수천명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고먼에게 찬사를 쏟아냈다.

고먼은 신간 두 권이 아마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데다가 대형 모델 에이전시 IMG와 계약하는 등 스타로 급부상했다.

슈퍼볼 등장으로 스타성을 더 커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대통령 취임식과 슈퍼볼에 잇따라 등장한 스타는 팝스타 비욘세와 고먼밖에 없다.

워싱턴포스트(WP)는 고먼의 등장과 함께 월드 휘트먼,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와 같은 유명인사 시인이 있는 시대가 다시 도래한 게 아니냐는 문학계의 관측을 소개했다.

샤런 마커스 미국 컬럼비아대 영문학 교수는 "사실 유명한 시인이 없는 시대가 있는 시대보다 드물었다"고 지적했다.

마커스 교수는 "항상 시인은 글을 쓰는 사람일 뿐만 아니라 연설하고 웅변하며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는 사람이었다"며 "시인은 원래 (슈퍼볼에 나오는) 록스타, 팝스타 같은 사람들이었다"고 설명했다.

비영리재단을 창립한 시인인 토이 데리코테도 고먼의 슈퍼볼 나들이를 변화의 조짐으로 주목했다.

데리코테는 "고먼이 사람들의 목소리라는, 시가 지닌 본연의 정신을 깨운 것 같다"고 해석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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