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통통]중국서 세뱃돈은 누구 것? '부모 맘대로 안돼'
민법상 유아라도 세뱃돈은 본인 소유…권리 행사는 제약돼
"세뱃돈으로 문구 사도 되지만 고가상품은 부모 동의 필요"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매년 설날마다 아이들이 받는 '훙바오'(紅包)라는 세뱃돈은 중국에선 누구의 소유일까.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초등학생 또는 유치원생 자녀가 할아버지나 할머니 등 친척한테 세뱃돈을 받으면 부모가 대신 보관 또는 별도 통장에 저축해주는 경우가 많다.
중국 또한 최대 명절로 일가친척이 모두 모이는 춘제(春節·중국의 설)에 세뱃돈은 단연 관심사다.
중국은 경제 수준에 비해 설날에 아이들에게 주는 세뱃돈 단가가 비교적 높다.
지역마다 다르긴 하지만 일반적인 가정의 경우 할아버지나 할머니, 고모 등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200위안(한화 3만5천원)에서 500위안(8만6천원) 정도를 세뱃돈으로 준다고 한다. 어떤 지역은 1천 위안(17만3천 원) 이상을 주는 곳도 있다.
이는 중국에서 세뱃돈은 서로 주고받는 것으로 자신의 자녀가 받는 돈은 친척 자녀에게 준 돈을 돌려받는 것으로 생각해 세뱃돈을 '부모의 소유'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올해 춘제에 고향에 간다는 궈모씨는 "일반적으로 중국 북방보다 남방 지역의 세뱃돈이 더 많다"면서 "설 연휴에 세뱃돈은 인터넷 검색어에 오를 정도로 중국에서도 단연 관심사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국에서 세뱃돈에 대한 아이들의 인식은 달라지고 있다.
최근 중국 한 초등학교 5학년 남학생은 외할머니가 준 세뱃돈 1천 위안을 모친이 뺏어갔다고 변호사를 찾아가 재산권 침해를 호소하는 사건이 발생해 사회적으로 관심을 모았다.
그렇다면 이 세뱃돈은 과연 누구 소유가 맞을까.
중국 민법에 따르면 만 8세 이상 미성년자는 민사상 독립적인 권리가 있다. 즉 외할머니가 이 남학생에게 세뱃돈 1천 위안을 줬기 때문에 외할머니는 증여인이고 이 남학생은 피증여자이므로 이 돈은 이 학생의 소유이자 개인 재산이라는 의미다.
다만, 만 8세 미만일 경우 금치산자(민사 행위 능력이 없는자)로 법정 대리인이 민사상 권리를 대신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말해 중국에서 세뱃돈은 아이의 소유가 맞지만 아이는 함부로 쓸 순 없다.
만 8세 미만은 부모가 대신해 세뱃돈을 관리해야 하고 8세 이상일 경우에도 고액의 상품 구매 시는 반드시 부모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
이 남학생의 경우 초등학교 고학년이므로 책가방이나 문구용품 등은 세뱃돈으로 살 수 있으나 고액을 쓸 경우에는 부모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는 의미다.
베이징의 한 법률가는 "중국에서 부모는 미성년 자녀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경우 우선 자녀가 모은 세뱃돈으로 배상하는 게 합법적"이라면서 "아울러 세뱃돈은 아무리 어리다고 해도 아이의 소유이므로 부모가 대신 관리는 할 수 있지만 부모가 차지하거나 자신을 위해 쓰면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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