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음력설 봉쇄 완화…반경 10㎞ 친척 15명까지 모임 허용

입력 2021-02-08 11:23
수정 2021-02-08 11:23
말레이, 음력설 봉쇄 완화…반경 10㎞ 친척 15명까지 모임 허용

인구 25% 화교라 당초 지침 바꿔…이주노동자 호텔 임시수용 추진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전국적으로 이동통제령(MCO)을 발령중인 말레이시아가 음력설 전날 반경 10㎞에 거주하는 친척 15명까지 집합을 허용했다.



8일 일간 더스타 등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정부는 당초 음력설(춘절·12일)전날 밤 가족식사와 기도를 같은 집에 사는 사람만 할 수 있도록 지침을 발표했다.

말레이시아는 새해 들어 하루 확진자가 3천명대를 넘어서자 1월 12일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수도권 등에 이동통제령을 재발령했으며 같은달 22일부터 사라왁주를 제외한 전국으로 통제를 확대했다.

이동통제령 때문에 주(state)를 넘나드는 여행 금지는 물론 거주지에서 반경 10㎞ 이내만 이동할 수 있고, 슈퍼마켓 등을 방문할 때는 한 가정에서 2명만 갈 수 있는 상태다.



그런데, 정부가 음력설 전날 다른 집에 사는 가족·친척 방문을 원천봉쇄하자 "사랑하는 가족에게 바이러스를 옮기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면서도 "원천봉쇄는 너무하다", "최대 인원을 제한하면 된다"며 거센 반발이 일었다.

정치인들도 "공장도 열고, 가게도, 야시장도 열면서 가족 식사를 막는 것은 미친짓"이라고 정부를 몰아부쳤다.

말레이시아 인구 3천200만명 가운데 25%가 화교인 만큼 음력설 전날 가족·친척이 모여 함께 저녁을 먹는 '재회만찬'(reunion dinner)은 중요한 풍습이다.

결국 말레이시아 정부는 "반경 10㎞에 거주하는 친척 15명까지 재회만찬을 함께 할 수 있다"고 지침을 변경했다.



말레이시아의 코로나19 확진자는 매일 3천∼4천명대를 오가고 있다.

확진자는 전날 3천731명이 추가돼 누적 24만2천452명, 사망자는 15명 늘어나 누적 872명이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주 노동자들의 집단 감염을 차단하기 위해 이들을 비어 있는 호텔에 임시 수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말레이시아의 이주 노동자는 150만명이 넘으며, 91%가 열악한 직장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복지부, 노동부, 관광부는 이주 노동자들을 호텔에 임시 수용하는 방안이 코로나19 집단감염 차단은 물론 코로나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호텔업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현지 호텔협회는 작년 3월 코로나 사태 발생 후 100개 이상 호텔이 문을 닫았다고 발표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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