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7' 레니 데이비스 별세…60년대 미국 반전운동 상징
시카고 민주당 전당대회 유혈사태 이후 치열한 법정공방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실제 사건을 다룬 영화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7'에서 중심인물로 묘사됐던 반전운동가 레니 데이비스가 향년 80세로 별세했다.
뉴욕타임스(NYT)는 4일(현지시간) 데이비스가 지난 2일 콜로라도주(州) 자택에서 별세했다고 보도했다. 유족은 데이비스의 사인은 림프종으로, 종양이 발견된 지 2주 만에 숨졌다고 전했다.
데이비스는 1960년대 미국의 반전운동을 주도한 민주사회학생회(SDS)를 이끌었다.
그가 시대를 상징하는 인물이 된 계기는 1968년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였다.
민주당이 린든 존슨 당시 대통령의 베트남 개입정책을 이어나갈 휴버트 험프리 부통령을 대선 후보로 지명하자 데이비스는 민주당 전당대회장 앞에서 대규모 반전시위를 기획했다.
그러나 전당대회 기간 시위 자체를 불허한 시카고 시 당국은 강경 대응에 나섰고, 결국 시위는 유혈사태로 끝났다.
이후 데이비스 등 시위 지도부 7명은 폭동을 선동했다는 혐의로 연방 검찰에 기소됐다.
데이비스 등 피고인 7명에겐 '시카고7'이라는 별명이 붙었고, 집회의 자유 등 개인의 헌법적 권리를 둘러싼 치열한 법정 공방은 전국적인 관심을 끌어모았다.
1심에선 데이비스 등 5명에게 각각 징역 5년이 선고됐지만, 2심에서 무죄로 결과가 바뀌었다.
이 재판을 둘러싼 이야기를 다룬 에런 소킨의 영화는 올해 골든글로브 드라마 부문 작품상 후보로 지명됐다.
다만 데이비스는 생전 "당시 피고인들이 보였던 용기와 고결한 정신은 어떤 영화에서도 제대로 표현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소킨의 영화에도 부정적인 입장이었다고 NYT는 전했다.
특히 데이비스가 소킨의 영화 속에서 자신이 겁쟁이처럼 묘사된 데 대해 불만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무죄판결 후 데이비스는 인도의 종교단체 활동에 빠지기도 했고, 이후 벤처 투자자로도 활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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