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스푸트니크 V 백신, 3월까지 EU 승인 기대"

입력 2021-02-04 17:51
러시아 "스푸트니크 V 백신, 3월까지 EU 승인 기대"

3상 결과 '랜싯' 게재 후 자신감…서방에서도 긍정적 평가 나와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가 자체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의 3단계 임상시험(3상) 결과가 국제 의학 학술지 '랜싯'에 게재되면서 백신에 대한 평가가 바뀌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가 3월까지 이 백신의 유럽연합(EU) 승인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스푸트니크 V 백신 개발을 지원한 국부펀드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 대표 키릴 드미트리예프는 3일(현지시간) 자국 TV 방송 '로시야 1'과의 인터뷰에서 EU 승인 신청 서류가 유럽 감독기관에 제출됐다면서 "심사 과정이 2월이나 3월 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드미트리예프는 앞서 지난달 유럽의약품청(EMA)에 스푸트니크 V 백신을 등록하기 위한 절차가 이미 지난해 10월 말부터 시작됐다고 소개한 바 있다.

러시아는 스푸트니크 V 백신 3상 결과가 권위 있는 국제 의학지 랜싯에 게재되면서 서방의 백신 긴급 사용 승인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랜싯은 앞서 2일 스푸트니크 V 백신의 면역 효과가 91.6%에 이르며, 60세 이상 고연령층에 대한 효과도 91.8%에 달한다는 3상 결과를 게재했다.

이후 러시아 당국의 성급한 승인으로 효능과 안전성 논란을 일으켰던 스푸트니크 V 백신에 대한 서방의 평가가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등은 EMA의 승인을 얻고 충분한 자료를 제출해 투명성을 확보한다면 스푸트니크 V도 환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서방 전문가들도 긍정적 평가를 내놓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면역학자로 1996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피터 도허티는 4일 타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스푸트니크 V 백신의 효능은 아주 큰 기대를 갖게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90% 이상의 효능은 대단해 보인다"면서 "러시아는 좋은 백신을 개발해온 오랜 역사를 갖고 있고 (스푸트니크 V에 적용된) 2가지 종류의 아데노바이러스 전달체 이용 전략은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독일 일간 디벨트지도 스푸트니크 V 백신 3상 결과 랜싯 게재는 이 백신의 높은 효능을 증명했다면서 러시아가 백신으로 서방을 놀라게 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지난 1957년 소련이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 발사로 서방을 놀라게 한 사건을 상기시키면서 "그 뒤 러시아가 기술적 측면에서 서방을 놀라게 한 적이 거의 없지만, 코로나19 백신(스푸트니크 V)이 러시아가 미사일을 쏘아 올린 소련보다 더 서방을 놀라게 했음을 보여줬다"고 썼다.

벨기에 나뮈르 대학 약학연구소 소장인 장 미셸 도니에 교수는 스푸트니크 V 백신이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을 제치고 코로나19 백신 3위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도니에 교수는 3일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스푸트니크 V의 효과가 91.6%에 달한다는 랜싯 보고서와 관련 "같은 유형 백신(아데노바이러스 전달체 백신)들 가운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효능이 60~70%, 존슨앤드존슨 백신의 효능은 66%임을 감안할 때 러시아가 훌륭한 노하우를 갖고 있음이 증명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러시아 당국이 지난해 8월 통상적 백신 개발 관례를 깨고 1, 2상 뒤 곧바로 스푸트니크 V 백신을 승인한 것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약 70명에게 시험을 하고 넓은 범위의 주민들에게 백신을 사용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허용될 수 없는 일이었다"고 지적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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