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3개 1만8천원·대파 7천500원…설 장보기 '막막'"
야채·과일·달걀 가격 '껑충'…"차례상 간소화하겠다"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홍유담 기자 = "설 차례상 준비를 위해 다음주 장을 봐야 하는데 그때가 더 걱정이에요. 지금도 이런데 그때 가면 또 얼마나 비싸겠어요."
지난 4일 서울 성북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60대 주부 고모 씨는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설 상차림을 걱정했다. 최근 장바구니 물가가 무섭게 뛰고 있어서다.
고 씨는 이날 마트를 한 바퀴 돌고도 카트에 어묵, 두부, 돼지고기, 빵 등 할인 행사 중인 상품 몇 가지만 담은 채 계산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날 이 마트에서 대파는 한 봉에 7천490원으로 1주일 사이에 1천500원 뛰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2.7배나 올랐다.
애호박은 1개 3천290원에 판매됐다. 애호박 가격이 오르면 대체품으로 많이 찾는 돼지호박은 개당 3천490원으로 더 비싼 기현상이 빚어졌다.
배 3입 팩 1만8천500원, 사과 3입 팩 1만6천 원 등 수입과일을 제외하면 과일 가격도 많이 올랐다.
이 마트 관계자는 "배와 사과 3입 팩 상품은 작년 추석보다 가격이 20%가량 올랐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최근의 물가 상승세가 정부에서 발표하는 통계수치보다 더 크게 느껴진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채소류 가격 상승이 두드러졌다.
마트 한쪽에서 1~2일 전 야채를 30% 할인 가격에 내놓자 여러 명이 몰려들어 상태가 나은 제품을 고르는 데 여념이 없었다.
한 주부는 "언론에서 계란값 올랐다고 자꾸 얘기하는데 그보다 야채 가격이 더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또 다른 대형마트에서는 양파(1.8㎏)가 한 달 전보다 2천 원 오른 5천980원에 팔리고 있었다. 대파는 5천980원으로 한 달 새 2배, 계란 한 판(30알)은 7천480원으로 1천500원 뛰었다.
친구들과 마트를 찾은 직장인 류모(27) 씨는 "야채랑 고기만 좀 샀는데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농·축·수산물 가격 급등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1월 소비자물가는 작년 동월 대비 0.6% 올랐지만 농·축·수산물은 10.0% 급등했다. 사과(45.5%), 파(76.9%), 고춧가루(34.4%), 양파(60.3%), 달걀(15.2%), 쌀(12.3%) 등의 상승률이 높았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저마다 장보기 비용을 아끼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서울 일원동에 사는 유효정(41) 씨는 조금이라도 저렴한 상품을 사기 위해 여러 마트와 온라인 쇼핑몰을 살펴봤다.
유 씨는 "장보기 비용을 아끼려고 10% 할인 혜택이 있는 서울사랑상품권도 구매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부는 "차라리 온라인 쇼핑몰에서 할인할 때를 이용해 가격이 저렴한 밀키트를 사는 게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설 상차림용 장보기를 간소화하거나 완제품을 사는 소비자들도 있다.
주부 김모(61) 씨는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식구들이 별로 모이지 않아서 간단히 상차림을 하려는데도 비용이 적지 않게 나올 것 같다"며 "특히 과일값이 많이 오른 것 같아서 상에 올릴 과일 종류를 줄이려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군포에 사는 성모(51) 씨는 홈쇼핑에서 설음식으로 먹을 냉동전 세트를 샀다.
최근 오른 물가를 생각하면 재료를 사서 직접 만드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고 느껴서다. 성 씨는 다른 설음식도 반찬가게에서 조금씩만 살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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