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이란 억류 선원 석방…전원 귀환·재발 방지에 최선 다하길
(서울=연합뉴스) 이란에 억류 중이던 한국 국적 화학 운반선 한국케미호의 선원 대부분이 근 한 달 만에 풀려나게 됐다. 이란 정부는 2일 "페르시아만에서 환경 오염을 일으킨 혐의로 억류된 한국 선원들이 한국 정부의 요청과 인도주의적 조처에 따라 출국 허가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선장 등 한국인 5명, 미얀마인 11명, 인도네시아인 2명, 베트남인 2명 등 20명의 선원 중 선장을 제외한 나머지 19명은 조만간 석방될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그러나 사법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선장과 선박을 계속 억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이번 사태가 완전히 종결된 것은 아니지만, 긍정적 해결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지난달 4일 호르무즈 해협의 오만 인근 해역에서 한국케미호를 나포했다. 지속적인 해양 오염을 이유로 내세웠으나 70억 달러(약 7조6천억 원)에 달하는 한국 내 이란 자금 동결 문제에 대한 불만이 배경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렛대를 만들어 두겠다는 의도가 깔렸다는 것이다.
사태 발생 후 곧장 이란으로 달려간 한국 대표단과의 협상에서 강경한 태도를 누그러뜨리지 않았던 이란이 동결 자금 활용 방안에 관한 양국 간 논의가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한 상황에서 돌연 유화 제스처를 보인 이유가 무엇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이란이 자금 동결 문제와 관련해 한국 정부가 보인 성의 있는 태도, 그리고 민간 선박 나포에 대한 국제 사회의 부정적 여론 등이 영향을 줬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독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미국과 협의가 필요한 문제에 대해서는 대미 협의를 투명하게 진행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설명이 주효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분히 새로 출범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를 의식한 결정이라는 해석도 유력하다. 동결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쥔 미국과의 관계 개선 없이는 실질적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점, 바이든 행정부가 이란과의 핵 합의 복귀를 강력히 시사하는 상황에서 사태 장기화가 대미 관계 개선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태는 국제 사회의 복잡한 역학 구도 속에서 우리 국익이 언제, 어디서든 부당하게 침해당할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국내의 이란 자금 동결만 해도 미국의 대이란 경제제재에서 파생된 것인데 애먼 우리 국민이 곤욕을 치렀다. 국제 정세의 변화를 민감하게 포착하고 만약의 사태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물론 한계도 있을 것이다. 이번 사건만 해도 나포 한 달 전 이란이 우리나라 선박을 나포할 가능성이 있다는 첩보를 받았으나 결국 이를 막지 못했다. 전세계에서 우리 국민과 국익을 물샐틈없이 보호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정부 관계 부처와 재외공관이 지혜와 정보를 공유하고 기민하게 대응해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또 우리와 무관한 국제 분쟁에 휘말리거나, 이로 인해 우리 국민이 위험에 노출되는 일이 없도록 예방 외교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당장은 선장과 선박의 억류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고, 풀려나는 선원들도 안전하게 귀국시켜야 한다. 이란도 지금까지 환경 오염에 관한 어떤 구체적 증거도 제시하지 못한 만큼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조건 없이 선장을 석방하는 결자해지의 자세를 보여주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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