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쿠데타에 로힝야족 난민도 '전전긍긍'…송환 우려 커져

입력 2021-02-03 11:30
수정 2021-02-03 13:37
미얀마 쿠데타에 로힝야족 난민도 '전전긍긍'…송환 우려 커져

방글라에 100만명 거주…"군인이 우리 학살…송환 안전하지 않아"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미얀마에서 발생한 군부 쿠데타에 방글라데시의 로힝야족 난민도 크게 우려하고 있다.

미얀마에서 방글라데시로 피신한 로힝야족 난민 사이에서 송환 문제 등 자신들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 난민캠프의 로힝야청년협회장인 킨 마웅은 3일 AP통신에 "미얀마의 정치 상황이 나빠졌다"며 "평화로운 송환에 더 긴 기간이 필요하게 되는 등 큰 타격을 입게 됐다"고 말했다.

마웅 회장은 "군인들은 우리의 누이와 어머니를 강간했으며 마을을 불태우고 학살했다"며 "그들의 통제 아래에서 어떻게 안전하게 머물 수 있겠는가"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쿠데타를 강하게 비난한다"며 "우리가 사랑하는 민주주의와 인권이 고국에서 사라지는 상황을 우려한다"고 덧붙였다.

이슬람계 소수 로힝야족은 불교도가 다수인 미얀마에서 여러 탄압을 받아왔다.

와중에 미얀마군은 2017년 8월 로힝야족 반군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이 대미얀마 항전을 선포하고 경찰초소를 공격하자 ARSA를 테러 단체로 규정하고 토벌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로힝야족 마을들이 초토화되고 수천 명이 사망했다. 이번에 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한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당시 로힝야족 학살 사건의 책임자였다.



영국에서 로힝야족 관련 단체를 이끄는 툰 킨은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에 "지금 군부는 매우 잔인하다"며 "이들이 로힝야족에게 더 심한 폭력을 가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학살을 피해 방글라데시로 넘어온 로힝야족 75만명은 동족 난민이 이미 자리를 잡았던 콕스바자르에 정착했다. 전체 인원은 현재 1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후 미얀마와 방글라데시 정부는 여러 차례 송환을 시도했지만, 고국에서의 탄압을 두려워한 로힝야족 대부분이 이를 거부하면서 관련 작업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70세인 또 다른 로힝야족 난민 모하마드 자파르는 AP통신에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은 이번 체제 변화로 꺾이게 됐다"며 "지금 미얀마 체제 아래에서 송환은 안전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방글라데시 외교부는 "미얀마 정부와 로힝야족에 대한 자발적이고 안전하며 지속적인 송환에 대해 협력해왔다"며 "우리는 이러한 절차가 진지하게 계속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최근 남부 바샨차르섬에 새롭게 주거 시설을 마련, 로힝야족 일부를 이주시키고 있다.

c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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