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 부숴 해고된 영국 환경미화원…복직 청원 쇄도
"코로나19 시국에 열심히 일했는데 과도한 조치"
복직 청원 사이트에 며칠 사이에 1만명 몰려
(서울=연합뉴스) 김유아 기자 = 영국에서 쓰레기를 치우며 아이들이 만들어 놓은 눈사람을 부순 환경미화원이 해고된 후 논란이 일며 복직 청원이 쇄도하고 있다.
눈사람을 발로 차서 부순 점은 잘못됐다고 볼 수 있지만, 해고 조치는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2일 영국 일간 더선, 데일리메일 등에 따르면 잉글랜드 서부 헤리퍼드셔주 헤리퍼드시에서 일하는 환경미화원 캘럼 우드하우스(19)는 지난 29일 주의회로부터 갑작스러운 해고 통보를 받았다.
사유는 '품위 손상.' 그가 길에서 쓰레기통을 비우던 중 자신의 키만 한 눈사람을 발로 차 부순 장면을 한 지역 매체가 보도한 직후였다.
주의회는 그가 외주업체 소속 직원이었다고 밝히면서 "의회를 대표하는 직원의 행동에 실망했다. 헤리포드셔와 계약한 직원으로서 지켜야 하는 전문적인 기준을 숙지시켜달라고 모든 인력 업체에 요청했다"며 환경미화원의 해고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우드하우스가 해고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온라인을 중심으로 "부당하다"며 복직시켜야 한다는 청원이 쇄도하고 있다.
한 누리꾼은 지난주 세계 최대규모 청원사이트인 '체인지'(change.org)에 "환경미화원이 어차피 녹아 사라질 눈사람을 발로 찼고, 그 장면이 온라인에 퍼졌다. 그리고 그는 해고됐다. 이게 말이 되냐"며 복직시켜야 한다는 청원을 올렸다.
이 청원자는 이어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시국에도 위험을 무릅쓰고 일했는데 얻는 게 겨우 이거냐"면서 "우리가 다음이 될 수 있다. 길바닥의 물웅덩이라고 밟고 지나간다면 눈사람의 녹은 물이기 때문에 해고당하는 거 아니냐!"고 썼다.
다른 누리꾼들도 "해고는 지나치다. 민원을 낸 가족들도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그가 잘못한 게 없다. 사소한 것을 걸고넘어지는 사람들 때문에 업체가 직원을 잘랐다"는 등 반응을 보였다.
이 청원에는 2일 기준 9천730여 명이 서명한 상태다.
앞서 눈사람을 부수는 영상을 보면, 지난 26일 주황색 환경미화원 제복을 입은 우드하우스가 한 주택 앞에서 쓰레기통을 동료에게 전달한 뒤, 옆에 세워져 있던 180㎝ 높이 눈사람의 머리를 발로 여러 차례 가격했다.
그의 발차기 모습은 태권도나 쿵푸의 앞돌려차기 동작으로 매우 숙달돼 보였다.
비워진 쓰레기통을 건네받아 제자리에 놔둔 우드하우스는 다시 눈사람에게로 몸을 돌려 발길질을 했으며, 눈사람의 머리 부분을 완전히 부쉈다.
자신의 세 살배기 아들이 눈사람을 만들었다고 밝힌 엄마 소피 테일러(25)는 지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어떻게 눈사람에게 저럴 수 있느냐. 누가 봐도 아이들이 만든 눈사람인데 그걸 발로 찼다"면서 분노했다.
그의 남편 톰 팰런(33) 역시 "믿을 수가 없다. 아이들이 노력해서 만든 눈사람이었다"면서 "해당 업체에 이메일을 보내 항의했다. 그가 한 일을 다시 한번 더 생각해보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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