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원, '음모론' 의원에 시끌…매코널 "공화당의 암"(종합)
큐어넌 지지하며 대선 부정선거 주장…민주, 제명·사임 요구
(워싱턴·서울=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이광빈 기자 = 미국 하원에서 공화당의 한 초선 의원을 놓고 연일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조지아주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돼 지난달 임기를 시작한 마조리 테일러 그린 공화당 의원의 과거 부적절하고 과격한 언행이 보도된 이후 민주당이 사퇴를 요구하는 등 논란이 커지고 있다.
미 공영라디오 NPR에 따르면 그린 의원은 극우 음모론 단체인 큐어넌(QAnon)을 지지한다. 2001년 9·11 테러 때 미 국방부 건물에 충돌한 것은 비행기가 아니라 미사일이나 다른 발사체라며 9·11 음모론을 신봉하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2018년 플로리다주 파크랜드의 한 고교에서 17명이 숨진 총격 사건은 총기규제를 위해 의도된 위장 작전이라는 주장에 동조한다.
민주당 소속인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이 총에 맞아 죽어야 한다거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교수형에 처해야 한다는 것을 내포하는 글을 소셜 미디어에 적었다.
이슬람교도는 정부에서 관직을 맡으면 안 된다는 인종차별적 발언까지 했다고 한다.
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작년 11·3 대선에서 부정선거로 인해 패배했다는 주장을 옹호하고, 지난달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그린 의원의 과거 발언과 소셜 미디어 글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민주당은 벌떼처럼 들고일어났다.
민주당 지미 고메스 하원 의원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그린 의원의 제명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마련했다. 또 같은 당 제이크 오친클로스 의원은 그린의 사임을 요구했다.
그린 의원의 사무실과 가까운 거리에 있던 민주당 초선인 코리 부시 의원은 그린 의원이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소리를 지르거나 위협적인 발언을 한다며 사무실을 이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데비 와셔먼 슐츠 등 일부 민주당 의원은 1일 그린 의원을 하원 교육·노동위와 예산위 등 상임위에서 물러나게 하는 결의안까지 발의했다.
공화당 의원들은 다수가 이 문제에 침묵하고 있지만, 일부는 그린 의원의 언행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AP 통신에 따르면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1일 성명에서 그린 의원의 음모론적 발언에 대해 "정신 나간 거짓말"이라면서 "공화당의 암"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9·11 때 국방부에 충돌한 게 비행기가 아니고 고교 총격 사건이 사전에 기획된 것이고, 클린턴이 JFK 주니어의 비행기를 추락시켰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현실 세계에 살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미국의 가족이 직면한 도전 및 공화당을 강화하기 위한 건강한 토론과 무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발언은 하원의 공화당 지도자들이 그린 의원을 징계하도록 압력을 가한 것이라고 AP 통신은 분석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가 이번 주 그린 의원을 면담할 예정이지만 공화당이 어떤 조처를 할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보도했다.
NPR는 공화당의 비난이 부재한 가운데 그린 의원은 더 완강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그린 의원은 지난달 29일 성명에서 '급진적 좌파 민주당 폭도'와 가짜뉴스 언론이 자신을 내보내려고 할수록 지지자의 후원금은 더 늘어난다고 적었다.
또 지난달 30일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통화했다면서 "피에 목마른 언론과 사회주의자들이 미국을 증오하고 민주당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공격한 것처럼 나를 공격한다. 나는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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