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남동생 로펌 취임식날 '대통령과 특수관계' 광고 물의
프랭크 바이든 고문으로 재직…지역신문에 '대통령 지지' 암시 광고
백악관 "대통령 이름, 상업 활동에 이용돼선 안 돼"
(서울=연합뉴스) 김범수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남동생 프랭크가 재직 중인 로펌이 대통령과의 특수 관계를 내세운 광고를 게재해 물의를 빚고 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플로리다주 로펌인 '베르만 로 그룹'(Berman Law Group)은 바이든 대통령과 프랭크의 특수 관계를 부각한 광고를 지역 신문인 데일리 비즈니스 리뷰(Daily Business Review)에 게재했다.
대통령 취임일인 지난달 20일 실린 이 광고는 프랭크가 웃는 사진을 실으면서 형제가 가치를 공유한다고 전했다.
또 로펌의 업무가 바이든 대통령이 제시한 국정 과제의 가치와도 연결된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사탕수수 농장을 상대로 제기한 집단소송을 소개한 뒤 이는 환경과 사회정의를 구현하려는 바이든 대통령의 철학과 맞아떨어지며 프랭크가 소송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광고는 또 대통령 형제가 회사가 다루는 사안에 관해 같은 입장이라고 소개하면서 마치 바이든 대통령이 소송을 지지하는 입장인 것처럼 암시하기까지 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프랭크 바이든은 지난 2018년 7월 이 회사에 고용된 후 변호사가 아닌 선임고문으로 재직중이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백악관 공직윤리 담당 변호사를 지낸 놈 아이슨은 "대통령의 가족, 그들과의 동업 관계 및 대통령 이름까지 들먹이는 것은 대통령뿐 아니라 백악관, 더 나아가 국가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며 이번 광고 게재를 강하게 비난했다.
백악관 측은 해당 광고가 백악관의 윤리 규정을 어겼는지에 관해 직접적인 언급을 삼가면서도 규정 위반을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의 이름이 특정 상업적 활동을 돕거나 승인하는데 사용돼서는 안된다는 게 백악관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와는 별개로 오랜 기간 대통령의 정치적 자문역을 해온 여동생 발레리 바이든이 백악관에서 공식 직책을 맡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부통령 시절에 아들인 헌터 바이든이 우크라이나 에너지 회사의 이사로 일했고, 중국 자본과 연관된 투자 자문회사의 이사진에 이름을 올린 사실이 알려져 지난 대선 유세 과정에서 공격을 받았다.
그는 가족 사업을 번창시키기 위해 직위를 이용한다는 비판에 시달렸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차별화를 위해 새 행정부를 윤리적으로 엄격하게 이끌겠다고 공언한 터다.
이에 따라 행정부 관료에 대해 엄격한 윤리 규정을 적용하는 명령을 내렸지만 이를 공식적으로 가족 구성원에게까지 적용하지는 않고 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의 한 측근이 취임 직후 가족 구성원의 활동에 대해 '사익과 공익의 이해충돌'(conflict of interest)을 야기하지 않도록 조처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이러한 조치에는 가족 구성원이 외국 자본이 지배하는 회사를 위해 일하지 않는 방안 등이 포함된다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조지 W.부시 행정부 시절 백악관 공직윤리 변호사를 지낸 리처드 페인터는 "가족 구성원의 사적인 활동을 막기는 어려울 수 있다"면서 "이들이 소속된 회사나 고객들이 백악관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bum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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