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살 소녀에 수갑·최루가스…미 경찰 또 공권력 남용 논란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미국 경찰이 이번에는 아홉살 소녀에게 수갑을 채우고 얼굴에 최루가스를 뿌려 논란을 일으켰다.
31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뉴욕주 로체스터 경찰은 지난 29일 오후 가정문제 신고를 받고 출동한 뒤 지시에 불응하는 소녀와 승강이를 벌였다.
집에서 달아난 것으로 알려진 이 소녀는 어머니가 나타나자 격분해 반항했고 아버지를 계속 찾았다.
저항이 되풀이되자 경찰관들은 소녀를 길바닥에 넘어뜨린 뒤 등 뒤로 수갑을 채웠다.
경찰관들은 소녀가 순찰차를 타지 않으려고 끝까지 반항하자 얼굴에 최루가스를 뿌려 제압했다.
이날 신고에 대응한 인력은 출동한 경찰관들을 비롯해 총 9명이었다.
경찰관이 착용한 보디캠 카메라에 녹화된 영상이 지역 언론을 통해 공개되자 공권력 남용 논란이 뒤따랐다.
러블리 워런 로체스터 시장은 "나도 열살 아이가 있다"며 "어린이, 애기에게 그러면 안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로체스터 경찰은 소녀가 스스로 목숨을 끊고 어머니를 살해하고 싶다며 경찰관들을 발로 찼다고 경위를 밝혔다.
그러나 신시아 해리어트-설리번 로체스터 경찰서장은 현장 경찰관들의 대응을 두둔하는 데까지 나아가지 않았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아홉살 아이가 후추 가스를 맞은 게 옳다고 말하지 않겠다"며 사태재발을 막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경찰의 공권력 남용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흑인을 겨냥한 백인 경찰의 차별적 법 집행은 미국 시민들의 분열을 극적으로 부추기는 요인이 돼왔다.
작년에 비무장 흑인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무릎에 눌려 숨진 뒤에는 미국 전역에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열렸다.
시위는 노예제 상징이나 제국주의자 인물상과 같은 역사적 잔재를 없애는 캔슬컬처 운동으로까지 번졌고 대통령 선거의 승패에 영향을 주는 정치적 변수로 작용하기도 했다.
아홉살 소녀에게 수갑을 채우고 얼굴에 최루가스를 뿌린 이번 사건도 같은 맥락에서 관측되기도 한다.
지역지 '데모크랫 앤드 크로니클'은 민권 운동가의 말을 인용해 로체스터 경찰이 미성년자, 특히 흑인 청소년에게 공권력을 사용하는 패턴에서 확연하고 체계적인 편견이 노출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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