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명이 신청할까?" 영국, 오늘부터 홍콩인 대상 이민확대 조치

입력 2021-01-31 13:00
수정 2021-01-31 13:03
"몇 명이 신청할까?" 영국, 오늘부터 홍콩인 대상 이민확대 조치

홍콩인 70% 신청 자격 보유…"중국, 영국 이민 원천봉쇄" 관측

영국서 경제활동 우려로 '기러기 아빠' 고민도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 정부의 강력 반대 속에서 영국 정부의 홍콩인 대상 영국 시민권 획득 확대 조치가 31일 시행된다.

홍콩 시간으로 일요일인 이날 오후 5시부터 홍콩 인구 750만 명 중 72%인 540만 명에 달하는 '영국 해외 시민'(British National Overseas·BNO) 자격 소지자와 그 가족이 영국 정부의 인터넷사이트에 접속해 BNO 비자 신청을 예약할 수 있다.

영국 정부는 향후 5년간 32만 명에서 최대 100만 명의 홍콩인이 BNO 비자를 통해 영국에 이민 올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정부는 BNO 비자 신청 개시를 앞둔 지난 29일 이를 "내정 간섭"이라고 재차 규탄하면서 "31일부터 BNO 여권에 대해 여행 증명과 신분 증명 효력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홍콩 정부 역시 "중국 정부와 입장을 같이 한다"며 31일부터 BNO 여권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 "BNO는 홍콩인들에 구명보트"…1997년 중국 반환 시 도입

AFP통신에 따르면 BNO 여권은 영국의 홍콩 식민통치의 유산이다.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면서 많은 홍콩인은 영국이 옛 식민지 홍콩의 시민들에게 완전한 영국 시민권을 부여하길 원했다.

그러나 중국이 이에 반대하면서 절충점으로 탄생한 것이 BNO 여권이다.

1997년 이전에 태어난 홍콩인이 BNO 여권을 소지할 경우 6개월간 영국에 체류할 수 있게 했다. 단 노동이나 거주의 권리는 인정하지 않았다.

영국 정부는 그러나 지난해 6월 30일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이 시행되자 '영국-중국 공동선언' 위반이라면서 홍콩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이민법을 개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영국은 현재 또는 과거에 BNO 여권을 가졌던 모든 홍콩인이 BNO 비자를 신청하면 5년간 거주·노동이 가능하도록 하고, 5년 뒤에는 정착 지위(settled status)를 부여하고 다시 12개월 후에 시민권 신청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영국은 그와 동시에 별도의 이민 예외 조항인 'LOTR'을 마련하고 BNO 비자 신청 개시 전까지 6개월간 홍콩인들이 영국에 이주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영국은 이 LOTR 조치를 통해 홍콩보안법 시행 이후 6개월간 약 7천 명의 홍콩인이 영국으로 이주해왔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BNO 여권 효력 중지를 발표하면서 향후 추가 보복 조치도 예고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홍콩인들의 영국 이민을 아예 봉쇄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한다.

최근 영국으로 이주한 한 홍콩인은 AFP에 "BNO는 홍콩인들에 구명보트"라며 "많은 홍콩인은 중국이 홍콩인들의 이민을 아예 막아버릴까 봐 걱정하고 있다. 그러니 가능한 한 빨리 떠나는 게 좋다"고 말했다.



◇ 6개월간 BNO 여권 신청 300%↑…'기러기 아빠' 고민도

SCMP는 홍콩보안법 시행 후 지난 6개월간 BNO 여권 신청률이 300% 이상 뛰어올랐으며, 이달 중순 현재 73만3천 명이 BNO 여권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앞서 뱅크오브아메리카는 홍콩인들의 영국 이민 쇄도로 올해 2천802억 홍콩달러(약 39조 7천500억 원)의 자금이 해외로 유출될 것이며, 5년간은 5천880억 홍콩달러(약 83조 4천억 원)가 빠져나갈 것으로 추산했다.

SMCP는 그러나 많은 홍콩인이 영국에서의 경제활동에 대한 걱정으로 '자발적 이산가족'을 고민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중국이 홍콩에 대한 직접 통치를 강화하면서 홍콩의 정치·사회적 환경에 불안을 느끼는 많은 홍콩인이 영국 이주를 고민하고 있지만 당장 현지에서 어떻게 돈을 벌 것인지가 막막하기 때문이다.

이에 일단 엄마와 자녀가 먼저 영국으로 떠나고 아빠는 홍콩에 남아 경제활동을 이어가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이들이 많다는 설명이다.

영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 올해 실업률이 7.9%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직 홍콩 주재 영국 총영사관 직원으로 지난해 영국에 망명한 사이먼 청은 그런데도 영국으로 이민하는 홍콩인들이 예상보다 많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SCMP에 "중국이 약속한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는 없다"면서 "홍콩인들은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에서 부동산을 다수 소유하며 풍족하게 살던 신디는 영국의 코로나19 상황에도 지난해 영국 이주를 결정했다.

그는 AP통신에 "삶의 터전을 옮기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다"라면서도 "표현과 선거의 자유 등 모든 가치가 침해됐다. 홍콩은 더는 우리가 알던 홍콩이 아니고 우리가 집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곳이 아니다"고 말했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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