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호 국립항공박물관장 "항공계 일론 머스크 꿈 키우겠다"

입력 2021-02-01 07:01
수정 2021-02-01 13:03
최정호 국립항공박물관장 "항공계 일론 머스크 꿈 키우겠다"

우리나라 항공 과거·현재·미래 집대성…"직접 와서 자부심 느끼길"

(서울=연합뉴스) 윤지현 기자 = "국립항공박물관을 다녀간 어린 학생들이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처럼 미래 기술의 주역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 항공 역사에 자부심을 느끼고 꿈을 키워나가도록 하고 싶어요."

지난해 7월 개관한 국립항공박물관 초대 수장을 맡은 최정호 관장은 역사를 기반으로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만들어가는 박물관을 청사진으로 그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제한 관람으로 평일 오후 박물관은 비교적 한산했지만, 승무원 출신 도슨트 설명을 들으며 박물관을 둘러보는 학생들 눈빛은 초롱초롱했다. 최 관장 청사진은 이미 박물관 안에서 밑그림이 그려지고는 듯 보였다.

지난달 26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바로 옆에 자리한 국립항공박물관에서 만난 최 관장은 하루빨리 더 많은 사람에게 박물관을 보여주고 싶다는 설렘과 기대감을 내비쳤다.



박물관 1층은 세계 항공 역사와 근대 한국 항공 역사, 2층과 3층은 각각 현재의 항공산업 전반과 미래기술을 주제로 다룬다. 항공의 과거, 현재, 미래를 체계적으로 담아내고자 한 셈이다. 원기둥 형태로 뚫린 박물관 내부 구조는 비행기 터빈을 본떴다. 어느 것 하나 허투루 정한 것이 없었다는 얘기다.

특히 한국 항공 100년 역사를 보여주는 1층 전시실에서는 4년여간 박물관 개관을 준비한 실무진의 땀과 노력이 엿보였다.

최 관장은 "유물을 찾고자 실무진이 미국을 오가고 재미 한인 후손들을 일일이 찾아가고 설득했다"며 "박물관 개관 준비가 없었다면 어쩌면 실물 없이 역사 속에 묻힐 수도 있는 것들이었다"고 한다.

구슬을 꿰어야 보배가 되듯 실무진이 발품을 팔아 모은 항공 유물들은 박물관 한곳에 모이며 우리나라 근대 항공 역사를 완성했다.

그는 "우리나라 항공 역사가 박물관으로 만들 만큼 대단한 것이 있냐는 시선이 많다"며 "하지만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1920년 미국에 한인 비행학교를 개교했고 이는 당시 현지 지역신문 1면 톱기사를 장식할 만큼 이목을 끈 일이었다. 세계 항공 역사 선상에 놓고 봐도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유물을 모으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100년 전 임시정부 한인 비행학교에서 사용한 비행기는 전 세계에 단 3대만 남아있었고, 그마저도 거래가 가능한 것은 미국의 한 개인이 소장하고 있던 1대뿐이었다.

최 관장은 "박물관이 매입 의사를 밝히자 소유자가 가격을 계속 높여 불렀다"며 "박물관 예산이 한계가 있다 보니 고민 끝에 남아있는 설계도를 바탕으로 직접 만들어보자고 했다. 오히려 복원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항공기술까지 보여주게 된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국립항공박물관은 지난해 7월 5일, 100년 전 임시정부 한인 비행학교 개교일에 맞춰 문을 열었다.

개관 준비 과정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코로나19가 터지면서 박물관 운영은 처음부터 녹록지 않았다. 하지만 최 관장은 코로나19가 위기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박물관 기틀을 다지는 기회가 됐다고 봤다.

그는 "관람객이 몰리면 아무래도 민원이나 현장 문제, 당장 생기는 업무를 쫓기듯 해결하기 바쁘지만, 지금은 제한적 관람과 휴관이 반복되면서 직원들이 박물관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할 수 있다"며 "소위 말하는 '개관 효과'는 놓쳤지만 다른 신생 박물관들에는 없던 좋은 기회기도 하다"고 말했다.

실제 박물관은 올해와 내년 여러 가지 굵직한 사업을 준비 중이다.

'우리나라 최초 비행사'로 불리는 안창남이 1920년 우리나라 상공을 처음으로 난 지 100년이 되는 내년, 안 선생이 몰았던 '금강호'를 다시 서울 상공에 날려보겠다는 계획이 가장 눈에 띄었다.

최 관장은 "안창남 선생이 비행했을 때 당시 경성 인구 30만 명 중 5만 명이 모여 관람할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고 한다"며 "이 시대 국민이 우리나라 항공 역사에 자부심을 느끼도록 하려면 어떤 이벤트가 좋을지 고민하다 직접 비행기를 날리는 것만 한 게 없겠다 싶었다"고 설명했다.

박물관은 대한민국 공군 동의를 받았고, 앞으로 서울시, 문화체육관광부와 협업해 내년 행사를 추진해볼 계획이다.

전 세계 각국 항공박물관을 연결하는 협의체도 구성 중이다. 프랑스 르부르제 항공우주박물관, 영국 왕립 공군박물관, 미국 시애틀 항공박물관 등과 함께 올해 7월 국립항공박물관 개관 1주년에 맞춰 각 관장이 모이는 온라인 회의를 개최할 계획이다.

박물관은 인재 양성이라는 목표를 위해 유아,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에도 힘을 쏟고 있다.

올해 시작하는 '다빈치 항공 영재 클럽'은 초등학생 4~5학년을 대상으로 항공의 원리부터 항공기 제작 교육, 관제 및 조종 체험 등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최 관장은 "영재 클럽 학생들을 꾸준히 교육하고 성인 이후까지 계속 추적할 계획"이라며 "박물관을 통해 진짜 우리나라 항공 인재가 나오도록 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유아 고객층을 노린 박물관 마스코트 '나래'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도 흥미로웠다.

나래는 EBS TV 인기 만화영화 '출동! 슈퍼윙스' 제작사가 만화 속 캐릭터를 본떠 만들어낸 박물관 마스코트다. 처음엔 마스코트만 만들기로 한 것을 박물관이 제작사를 설득해 나래가 실제 만화영화에 등장하도록 했다.

최 관장은 "4월 13일 방송되는 새 시즌 에피소드에 나래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며 "뭐든지 잘 아는 큐레이터 같은 비행기로 박물관을 기지로 삼아 출동한다. 아이들에게는 정말 살아있는 마스코트가 되는 셈"이라고 자랑했다.

전북 익산 출신의 최 관장은 성균관대 4학년 재학 시절 행정고시(28회)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 항공·철도·토지 등 각 분야를 거쳐 국토부 제2차관까지 거친 이른바 정통 국토 관료다.

박물관 분야 전문가가 아닌 관료 출신이 관장직을 잘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었지만, 국토·교통 분야에서 잔뼈 굵은 최 관장이 있었기에 개관 초창기 외부의 지지와 협조를 끌어낼 수 있었다는 평도 나온다.

최 관장은 "국토부에서 30여년간 보내며 얻은 노하우와 경험, 식견을 바탕으로 박물관의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며 "전통적인 박물관과 항공 산업적인 측면을 동시에 잘 살릴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y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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