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홍콩인 이민 확대조치 31일 시행…중국 "내정간섭"(종합)

입력 2021-01-29 17:20
영국, 홍콩인 이민 확대조치 31일 시행…중국 "내정간섭"(종합)

홍콩보안법 맞서 시민권 확대…존슨 "홍콩시민과의 유대 존중"

중국 "BNO 여권 소지자 여행·신분 증명 31일부터 중단"



(서울·베이징=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김진방 특파원 = 영국 정부가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에 맞서 홍콩인들의 영국 시민권 획득을 확대하기로 한 조치가 31일부터 시행된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9일 보도했다.

영국이 지난해 7월 처음 발표한 이 조치는 영국해외시민(British National Overseas·BNO) 여권을 소지한 홍콩인들이 비자를 신청하면 5년간 영국에서 거주하게 한 뒤 이후 시민권 신청을 할 수 있게 한 제도다.

지금까지는 BNO 여권 소지자들이 영국 비자를 신청하면 최대 6개월까지 영국에 머무를 수 있었지만 체류 기간을 대폭 확대하고 취업도 가능하게 하며, 이후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게 하는 길도 터준 것이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새 제도 시행을 앞두고 발표한 성명에서 "홍콩의 영국해외시민들이 우리나라에서 살고, 일하고, 정착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게 돼 대단히 자랑스럽다"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존슨 총리는 이어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홍콩 시민들과의 역사, 우정의 깊은 유대 관계를 존중할 수 있다. 우리는 영국과 홍콩이 소중하게 지켜온 자유와 자치권을 지지해왔다"고 강조했다.

중국 당국은 영국의 이민 확대 조치에 중국 내정 간섭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9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 "영국은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지 24년이 지난 사실과 중국의 엄중한 입장을 무시하고, 양측 간 합의를 공공연하게 위반했다"면서 "이번 이민 확대 정책은 홍콩인들을 영국의 2등 시민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자오 대변인은 "영국은 중국의 주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홍콩 사무와 중국 내정을 함부로 간섭했다"면서 "이는 국제법과 국제관계 기본 준칙을 엄중하게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이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하고, 결연히 반대한다"며 "중국은 1월 31일부터 BNO 여권 소지자에 대한 여행 증명과 신분 증명을 중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영국 정부는 지난해 7월 홍콩의 언론, 출판, 표현의 자유를 크게 훼손한다는 비판을 받은 홍콩보안법을 중국이 제정, 시행하자 '영국·중국 공동선언(홍콩반환협정)' 위반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영국과 중국이 1984년 체결한 이 공동선언은 영국 식민지였던 홍콩이 1997년 중국에 반환된 이후로도 2047년까지 50년 동안 홍콩이 기존 체제를 유지하도록 하는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의 기본 정신을 담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이 홍콩보안법을 통해 홍콩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 하자 영국 정부는 과거 식민지였던 홍콩인들을 보호하겠다며 홍콩인들에게 영국 시민권을 획득할 수 있도록 이민법을 개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새 제도 시행에 따라 BNO 여권을 소지한 홍콩인들은 31일부터 영국에서 5년간 거주하며 일할 수 있는 비자 신청을 할 수 있게 된다.

이 제도를 이용해 영국으로 이주하는 홍콩인은 향후 5년간 약 3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영국 정부는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영국을 휩쓸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당장 얼마나 많은 수의 홍콩인이 비자 신청을 할지는 불투명하다고 가디언은 전했다.y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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