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미일정상 통화서 '중국 견제 3종세트' 확인하고 반색

입력 2021-01-29 10:12
日, 미일정상 통화서 '중국 견제 3종세트' 확인하고 반색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계승하도록 물밑 작업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의 전화 회담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3가지 틀을 확인하고 반색하는 분위기다.

일본은 특히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OIP, Free and Open Indo-Pacific) 실현을 위해 협력한다는 방침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이어 바이든 새 행정부도 수용하도록 하기 위해 물밑 작업에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일본 정부의 발표를 종합하면 한국시간 기준 28일 이른 오전 이뤄진 바이든 대통령과 스가 총리의 전화 회담에서 양측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위한 협력, 미일안보조약 5조의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 적용,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이 함께 하는 이른바 '쿼드'(Quad) 협력 증진 등 3가지 사항에 의견을 같이했다.



이 가운데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과 미일안보조약 5조에 관한 내용은 백악관과 일본 총리관저의 발표문에 공히 반영돼 있다.

쿼드 협력에 관해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일본의 노력을 높게 평가했으며 앞으로도 양국이 이를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일본 측이 설명했다.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은 남중국해 일대에서 벌어지는 군사 거점 확대 등 중국의 해양 진출을 견제하는 개념이다.

미일안보조약 5조는 일본이 타국의 공격을 받았을 때 미국이 함께 방어할 의무를 규정한 조항이며, 이번 전화 회담에서 중일 영유권 분쟁 지역인 센카쿠 열도 역시 미국이 함께 지키겠다는 점이 재확인됐다.

미국, 인도, 일본, 호주는 앞서 인도양에서 합동 군사 훈련을 하는 등 쿼드 역시 중국을 견제하는 다자 외교 틀로 활용되고 있다.

일본 측은 안보 면에서 자국에 대한 위협을 확대하는 중국을 견제할 '3종 세트'를 미일 양국이 함께 추진한다는 점이 이번 전화 회담에서 확인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이와 관련해 "FOID, 쿼드, 5조 적용. 모두 중국에 대응해 일본과 미국이 발을 맞춘 모양새가 됐다"고 29일 보도했다.

전화 회담을 앞두고 일본이 특히 조바심을 낸 것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이었다.

이는 2016년 8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일본 총리가 아프리카개발회의(TICAD)에서 강연하면서 사실상 중국의 해양 진출 견제하기 위해 발표한 개념인데, 2017년 11월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수용해 미일 양국의 공동 방침이 됐다.

하지만 정권 교체를 이룬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색깔 지우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개념을 수정 또는 폐기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있었다.

실제로 미국 대선 직후인 작년 11월 바이든이 스가와 전화 회담한 후 미국 측 발표문에는 '번영하고, 안전한(prosperous and secure) 인도·태평양'이라는 변형된 표현이 등장했다.



그래서 일본 정부는 이번 전화 회담을 앞두고 바이든 행정부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개념을 계승하도록 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움직였다는 것이다.

일본 측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이 "트럼프 정권이 아닌 일본이 내놓은 개념이다", "호주나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유럽으로도 지지가 확대했다"며 바이든 측을 설득했다고 일본 외무성 간부는 전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 내에서는 트럼프 정권이 자주 사용한 표현을 계승하는 것에 대한 반대가 전화 회담 직전까지도 있었다.

백악관의 발표문을 보면 바이든 행정부도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이라는 표현을 일단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인지 스가 총리는 "지난번 이상으로 차분하게 실질적인 논의가 이뤄졌다고 생각한다"며 "바이든 대통령과의 개인적인 신뢰 관계를 구축하면서 바야흐로 이제부터 일미(미일) 중심으로 확실하고 긴밀하게 협력하며 나라 안팎의 문제에 관해서도 제대로 진전하고 싶다"고 만족감과 기대감을 함께 드러냈다.

요미우리는 29일 사설에서 "양국 수뇌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이라는 이념을 공유한 의의는 크다"고 논평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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