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미국 기자 참수한 피고인 석방 결정에 분노"

입력 2021-01-29 09:20
백악관 "미국 기자 참수한 피고인 석방 결정에 분노"

블링컨 국무 "미국에서 기소할 준비돼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 파키스탄에서 미국 기자를 납치해 참수한 피고인이 28일(현지시간) 석방된 데 미국 정부가 강하게 반발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미국은 월스트리트저널의 대니얼 펄 기자를 납치하고 잔인하게 살해한 책임이 있는 자들을 석방한다는 파키스탄 대법원의 결정에 분노한다"며 피고인을 "미국이 기소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을 포함한 법적 선택권을 파키스탄 정부가 신속하게 검토해달라"고 밝혔다고 미 의회매체 더힐이 보도했다.

사키 대변인은 "우리는 대니얼 펄 기자의 가족을 위한 정의를 지키고 테러리스트들에게 극악무도한 범죄에 대한 책임을 지우는 데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성명을 내고 "미국은 미국 시민을 상대로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셰이크를 미국에서 기소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몬티 윌킨슨 법무장관 대행도 성명에서 "셰이크를 감금해 미국에서 재판을 받도록 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남아시아 지국장이었던 펄 기자는 2002년 1월 파키스탄에서 무장단체 지도자와 인터뷰를 주선하겠다는 사람들을 따라갔다가 납치돼 목숨을 잃었다.

당시 펄 기자의 참수 장면이 담긴 비디오테이프가 파키스탄의 미국 영사관에 전달됐다.

사건의 주동자로 영국 태생의 아메드 오마르 사이드 셰이크가 체포돼 사형선고를 받았지만, 파키스탄 대법원은 28일 셰이크에 대한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7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해 셰이크는 석방 조치됐다.

셰이크는 자신이 납치에는 가담했지만 살인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으며, 파키스탄 고등법원은 지난해 4월 그의 주장을 인용해 사형 판결을 뒤집고 징역 7년으로 감형한 바 있다.

펄 기자의 가족은 성명에서 "대법원 판결은 정의를 완전히 우롱한 것"이라며 미국 정부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해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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