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트럼프가 축소한 '오바마케어' 되살리기…난관 수두룩

입력 2021-01-29 03:03
바이든, 트럼프가 축소한 '오바마케어' 되살리기…난관 수두룩

트럼프, 폐지 노력 막히자 대폭 축소…바이든은 사각지대 가입 확대조치

낙태단체 자금지원 막은 '멕시코시티 정책' 철회…공화 반대로 입법 험로 예상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미국의 고질적 난제로 꼽히는 의료보험 분야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뒤집기에 나섰다.

의료보험은 작년 대선 기간 인종 평등과 함께 선거판을 뜨겁게 달군 미국 내부의 시급한 과제 중 하나로, 의료보험 가입자 확대를 목표로 한 일명 '오바마케어법'(건강보험개혁법·ACA)의 확대 내지 유지냐, 축소냐가 핵심 쟁점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바마케어가 고비용 구조에 세금을 낭비한다고 보고 이를 폐지하려 했다가 민주당의 반대에 가로막히자 저렴한 사보험의 다양화와 약값 인하를 추진하는 등 집권 기간 오바마케어 축소 정책을 잇따라 내놨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정책이 의료보험 사각지대를 더 키우며 저소득층을 무보험 상태로 내몬다고 비판하며 오바마케어의 확대와 강화를 공약했다.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저소득층의 의료보험 접근을 확대하는 대통령 각서를 마련했다.

이 각서는 의료보험 가입을 위한 통합 웹사이트인 'healthcare.gov'를 통한 특별 등록기간을 2월 15일부터 5월 15일까지 운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웹사이트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오바마케어법 마련 후 보조금까지 내걸고 보험 가입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것이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웹사이트 운영기간을 절반으로 축소하는 등 각종 제약 조처를 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조치는 의료보험 가입자를 다시 늘리겠다는 의지인 동시에 전염병 대유행으로 건강보험을 잃은 이들이 보험에 가입할 기회를 제공하려는 목표에서 출발했다는 게 외신의 설명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지시에는 기저질환자의 보험가입 애로, 종업원 전용보험 가입시 가족이 보험 적용에서 제외되는 문제 등 그동안 오바마케어법을 훼손했거나 맹점으로 지적된 현 정책을 재검토하도록 하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신설한 근로의무 조건 등 '메디케이드' 등록을 어렵게 만드는 정책도 다시 들여다보도록 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메디케이드', 65세 이상을 위한 '메디케어' 등 기존 정책에다 오바마케어를 통해 사각지대에 있던 미국인의 의료보험 가입을 장려했지만, 아직도 15%가량이 사실상 무보험 상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이 오바마케어 강화 공언에도 불구하고 여야 간 입장차가 크고 의회 입법이 뒷받침돼야 할 부분이 적지 않아 험로가 예상된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다.

오바마케어법은 현재 연방대법원의 위헌 심판대에 올라 있다. 오바마케어법은 당초 의료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면서 미가입시 벌금 조항을 뒀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 벌금 조항을 사실상 사문화했다.

대법원은 과거 이 벌금이 일종의 조세 성격에 해당한다고 보고 합헌 판결했지만, 트럼프 행정부 들어 벌금 조항이 사실상 없어져 합헌 결정의 근거가 사라졌고 이는 가입 의무화 조항이 위헌이라는 판결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CNN방송은 바이든 행정부의 법무부가 이 소송을 철회할 수 있지만, 텍사스주 등 공화당이 주도한 주에서 시작된 소송이라 소송전 자체는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또 바이든 행정부가 미가입시 벌금을 1달러 등 극히 낮은 금액을 규정함으로써 오바마케어법을 유지하는 방안을 추진할 수 있다.

이는 당초 법안이 미가입시 벌금을 소득의 1%로 정했다가 직면한 저항을 해소하고 동시에 대법원 소송에서 합헌 판결을 받기 위한 고육지책일 수 있지만, 공화당의 협조가 필요한 부분이라 성사 가능성은 미지수다.

AP통신은 "바이든의 접근법은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지만 공화당 내에선 오바마케어법에 대한 반대가 여전히 깊숙이 흐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낙태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의 되살린 일명 '멕시코시티 정책'을 철회하는 지시도 마련했다.

'멕시코시티 정책'은 낙태 지원 국제단체에 대한 자금 지원을 제한하는 규제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1984년 멕시코시티에서 도입 방침을 처음 발표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그동안 미국의 정권이 바뀔 때마다 폐지와 재도입을 반복했다.

일례로 오바마 행정부는 2009년 이 정책을 폐지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7년 1월 취임 이틀 만에 부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대선 시기 세금이 낙태를 위한 자금으로 투입되는 것을 금지한 연방 규제를 철회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의회의 승인이 필요한 부분이다.

공화당은 낙태에 강력 반대하고, 민주당은 찬성하는 입장이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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