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대법원,'美기자 참수' 피고인 감형·석방 확정
"납치했지만 살인은 안해…진범은 다른 알카에다 요원"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지난 2002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를 납치해 참수한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은 피고인이 징역형으로 감형받으면서 석방이 확정됐다.
파키스탄 대법원은 28일 참수사건 주요 피고인인 아메드 오마르 사이드 셰이크에 대한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7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WSJ의 대니얼 펄 기자는 남아시아 지국장으로 근무하던 2002년 1월 파키스탄에서 무장단체 지도자와 인터뷰를 주선하겠다는 사람들을 따라갔다 납치돼 목숨을 잃었다.
당시 펄 기자의 참수 장면이 담긴 비디오테이프가 파키스탄의 미국 영사관에 전달됐다.
영국 태생의 셰이크는 주동자로 체포돼 사형 선고를 받았지만 "납치에는 가담했지만, 살인은 저지르지 않았다"고 줄곧 주장했다.
펄 기자 사건의 진상을 조사한 단체 '펄 프로젝트'는 이후 셰이크가 범인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이 단체는 셰이크가 애초 몸값을 받아내려는 목적으로 펄 기자 납치를 기획한 것은 사실이지만, 9ㆍ11테러를 기획한 알카에다 요원 칼리드 셰이크 모하메드에게 납치사건의 주도권을 내줬다고 판단했다.
특히 참수 순간을 찍은 동영상에 나타난 참수자의 손과 모하메드의 손 사진을 '혈관 일치 여부 판독' 기법으로 분석한 결과 둘이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파키스탄 신드주 고등법원은 지난해 4월 "납치는 가담했지만, 살인은 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인용해 셰이크에 대한 사형 판결을 뒤집고 징역 7년으로 감형했다. 종신형을 선고받았던 공범 3명에게는 무죄 판결을 내렸다.
이들은 석방 판결 후에도 공공질서에 위해를 가할 여지가 있는 이들을 바로 구금할 수 있는 '공공안전법'에 따라 다시 체포됐다.
항소심 판결 뒤 "펄을 살해한 이들을 석방하기로 한 결정은 명백한 오심"이라며 펄 기자의 부모 등이 반발했고, 대법원 상고가 이뤄졌다.
대법원은 이날 대법관 3명 가운데 2대 1로 상고를 기각하고, 셰이크와 공범 3명을 석방하라고 판결했다고 현지 매체와 외신들이 보도했다.
그러나 펄 기자의 가족은 "오늘 대법원 판결은 정의를 완전히 우롱한 것이고, 살인범들의 석방은 파키스탄의 언론인과 국민을 위험에 빠트릴 것"이라고 비판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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