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전환' 앤트그룹 증자 불가피…마윈 지배력 약해진다

입력 2021-01-28 11:47
'지주전환' 앤트그룹 증자 불가피…마윈 지배력 약해진다

"대형 국유은행 등 증자 참여 가능성 커"…국유화 수순 밟나

'증자 희석' 외에도 마윈 측 지분, 국가 매각 가능성 관측도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알리바바그룹 창업자인 마윈(馬雲)이 완전히 장악한 세계 최대 핀테크 회사 앤트그룹이 중국 당국의 요구에 따라 금융지주사로 전환할 전망이다.

앤트그룹이 금융지주사로 전환하려면 대규모 증자가 불가피하다. 이 과정에서 지분이 크게 희석되면서 마윈이 지배력을 잃게 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앤트그룹이 금융지주사가 되겠다는 내용의 사업 개편안 개요(outline)를 당국에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아직 앤트그룹과 중국 당국이 공식 입장을 내놓지는 않은 가운데 관련 보도가 사실이라면 앤트그룹의 지주사 전환 움직임이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앤트그룹의 지주사 전환은 중국 금융 당국의 강력한 요구에 따른 것이어서 새로운 소식은 아니다.

인민은행 등 금융감독 기관은 작년 12월 앤트그룹 경영진을 '예약 면담'(웨탄·豫談) 형식으로 소환해 "법률 준수 의식이 희박하다"고 공개 질타하면서 금융 지주사 설립을 포함한 '5대 요구' 사항을 전달했다.

시장에서는 앤트그룹이 금융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대규모 증자를 거쳐 지배구조에 큰 변화가 생길 가능성에 크게 주목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작년 12월 앤트그룹에 금융지주사 설립을 지시하면서 '충분한 자본금'을 유지하라고 구체적으로 요구한 바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앤트그룹이 규제 당국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상당한 자금을 조달해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앤트그룹이 작년 8월 상장 추진 과정에서 공개한 투자 안내서에 따르면 마윈은 직·간접 방식으로 앤트그룹 지분 50.52%를 보유 중인 이 회사의 실질적 지배자다.

이 수치는 마윈을 포함한 앤트그룹 임직원들의 자사주 보유를 위해 설립된 법인인 쥔아오(君澳)투자와 쥔한(君瀚)투자의 지분 29.8621%와 20.6556%를 합친 것이다.

이 밖에도 앤트그룹 모회사인 알리바바가 32.647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마윈이 사실상 통제할 수 있는 지분은 80%가 넘는다.

이런 가운데 앤트그룹이 대규모 증자를 한다면 자연스럽게 마윈 측 지분이 낮아지고 제3자 지분이 커지게 된다.

전문가들은 증자에 중국의 대형 국유은행과 연기금 등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마윈의 영향력은 약해지고 국가의 통제권이 상대적으로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한다.

한 외국계 투자기관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세계적으로도 한 개인이 대형 은행의 지분 50% 이상을 들고 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마윈 측의 지분이 80%에 달하는 현재의 앤트그룹 지배구조는 중국 당국으로서는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국유기업들이 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마윈을 비롯한 알리바바 측 지분을 희석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지주사 전환이 마윈 측 지분을 낮추는 하나의 솔루션이 되겠지만 지주사 전환을 위한 증자에서 끝나지 않고 이후에도 국유 기업들이 마윈과 알리바바 측이 가진 앤트그룹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는 방안도 추진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처럼 국유 기업들이 증자나 인수 방식으로 지분을 대거 확보한다면 100% 민영기업이던 앤트그룹이 실질적으로 국유화되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앤트그룹 지주사 전환은 금융 당국의 감독 전면화를 예고한 것이기도 하다.

전까지 앤트그룹은 정식 금융 회사가 아닌 핀테크(FIN-Tech·금융기술) 업체로 대우받았다. 당국의 느슨한 감독 속에서 본업인 전자결제 외에도 소액대출, 펀드·보험 판매 중개 등으로 사업 범위를 확대하면서 '금융 제국'을 건설했다.

작년 11월 발표된 금융지주사 규정에 따르면 금융지주사는 주주, 경영진, 자금 출처 및 사용, 위험 관리 등에 관한 정보를 당국에 제공해야 한다.

블룸버그 통신은 "앤트그룹의 금융지주사 전환으로 당국은 이 회사의 모든 활동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며 "(앤트그룹의) 규제 회피 가능성을 완전히 제거해버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자결제를 중심으로 중국 경제의 핵심 인프라를 장악한 앤트그룹의 영향력을 약화하고자 하는 중국 당국의 의지는 더욱 확고해졌다.

앞서 중국 금융당국은 앤트그룹이 수익성이 좋은 소액 대출과 펀드·보험 판매 중개업에서 사실상 손을 떼고 '본업'이지만 수익성이 낮은 전자결제 업무에 충실할 것을 명확하게 요구한 바 있다.

그런데 인민은행은 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주 전자결제 산업에서 한 개 회사가 50% 이상, 두 개 회사가 합쳐서 75%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가진 경우 강제로 법인을 분할할 수 있도록 한 규제 초안을 내놓았다.

아직 구체적인 적용 지침이 나오지 않았지만 앤트그룹의 전자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즈푸바오·支付寶) 하나만 시장 점유율이 50%가 넘기 때문에 극단적인 경우 당국의 명령으로 알리페이가 두 개 또는 세 개로 쪼개져 강제로 매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마윈(馬雲)의 작년 10월 말 도발적인 당국 공개 비판 직후 세계 최대 규모가 될 예정이던 앤트그룹 상장은 전격 취소됐고 이후 당국은 반독점, 개인정보 보호 등 여러 명분을 앞세워 전자상거래와 핀테크 등 알리바바그룹의 핵심 사업 관련 규제를 강화 중이다.

외국계 투자기관 관계자는 "앤트그룹이 금융지주사로 전환하면 당국은 자본금 증자 등을 통제할 수 있어 앤트그룹 전체의 성장을 제어할 수 있게 된다"며 "앤트그룹의 사례는 중국에서 기업인이 공산당이라는 조직에 대항하면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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