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도발 억제" 바이든 취임 후 중동에 첫 전폭기 무력시위(종합)

입력 2021-01-28 10:06
수정 2021-01-28 14:25
"이란도발 억제" 바이든 취임 후 중동에 첫 전폭기 무력시위(종합)

미국 정권교체에도 갈등·험악한 분위기 지속

"새 대이란정책 세울 동안 안보 유지한다는 차원"



(카이로·서울=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김유아 기자 = 미국 전략폭격기 B-52가 페르시아만과 일대를 비행했다고 AP통신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군은 이날 B-52 폭격기의 중동 비행 사실을 전하면서 도발 위험을 억제하기 위해서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B-52 폭격기는 올해 들어 3번째이며,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로는 처음이다.

항공기 추적 사이트에 따르면 B-52 폭격기는 루이지애나주 박스데일 공군기지에서 이륙해 페르시아만과 사우디아라비아 영공을 비행했다.

미 중부군사령부는 이날 늦게 폭격기가 사우디 공군의 F-15s 전투기 편대와 나란히 비행하는 사진을 공개하면서 이란을 언급하지 않은 채 "미국의 역내 안보 관여 차원"이라고만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최근 들어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 관계가 고조되는 가운데 따른 조치란 분석이 나온다.

양국 관계는 지난해 1월 3일 이란 군부 실세 가셈 솔레이마니 장군이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미군 공습으로 사망한 지 1주기를 맞으면서 또다시 악화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이라크 바그다드 주재 미국 대사관 주변이 로켓포 공격을 받자 미국 측은 이란이 지원하는 이라크 민병대를 배후로 지목해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런 분위기에서 미국 고위 관리들이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식이 진행된 지난 20일 이란의 위협을 우려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워싱턴DC 난입 사태가 벌어지는 등 정권이 교체되는 과정의 혼란을 틈타 이란이 미국 동맹국 또는 이라크에 있는 미군 기지를 공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내부에서 제기됐다고 전했다.



게다가 지난 23일 이란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가 7개월 만에 처음으로 무장 드론 공격을 받으면서 이란을 향한 경계심은 더욱 커졌다.

사우디는 이번 공격의 배후로 이란이 지원하는 예멘 후티 반군을 지목했고, 미국 역시 이에 동조했다.

그러나 후티 반군은 공격을 부인했으며, 그간 알려지지 않은 한 무장단체가 배후를 자처했다.

WSJ은 "누가 공격을 했든 간에 이번 사건은 지난 수년간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이란이 중동 내 동맹군에 대한 지원을 철회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징후"라고 분석했다.

다만 미군은 이번 B-52 폭격기 출격이 이번 사우디 공격과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미군 관계자는 이날 B-52 폭격기 출격은 수주 전 계획된 것이었으며, 바이든 행정부가 대이란 정책을 세우는 동안 안보를 유지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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