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해도 이렇게 하면 처벌 피해" 조언한 미 변호사 자격 정지
"주거지 침입하면 치명적 무력 사용도 정당방위"
법원 "법조인의 윤리적 문제에 대한 경고"
(서울=연합뉴스) 김유아 기자 = 미국의 한 변호사가 사람을 죽이고도 법적으로 처벌받지 않는 방법을 조언했다가 자격 정지 처분을 받는 일이 발생했다.
26일(현지시간) ABC 방송에 따르면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 사는 변호사 윈스턴 브래드쇼 시톤은 2017년 페이스북에서 "남자친구와 격한 다툼 끝에 헤어졌다"며 고민을 토로한 한 여성에게 이 같은 조언을 건넸다.
시톤은 '차량에 총기를 두고 다녀도 법적 문제가 없느냐'는 질문을 받고는 "만약 그를 죽이고 싶다면 집 안으로 들어오게끔 유인해라. 그가 당신을 신체적으로 해치려고 침입했고,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고 진술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새로운 정당방위 법이 생긴다 해도, 치명적인 무력 사용에는 '캐슬 독트린'(castle doctrine)을 적용하면 안전하다"는 자세한 설명까지 덧붙였다.
캐슬 독트린이란 타인이 본인의 주거 영역을 침범했을 경우 목숨을 빼앗는 무력을 가해도 정당방위로 인정하는 미국 형법상 원칙이다.
그러나 과거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집주인들이 자택 침입을 유도한 뒤 타인을 사살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이를 악용한 것이 아니냐는 논쟁이 불거진 바 있다.
변호사인 시톤은 자신의 조언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페이스북 친구인 여성에게 "조언 내용을 평생 비밀로 유지해야 하고, 페이스북의 조언 글도 바로 삭제하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여성이 문제의 글을 삭제하기 전 여성의 헤어진 남자친구가 먼저 페이스북 글을 보고 화면을 캡처했다.
여성의 전 남자친구는 변호사를 통해 테네시의 '직업적 책임위원회'(BPR)에 알렸고, 시톤은 4년간의 자격 정지 처분을 받았다.
테네시 대법원 재판부는 "변호사가 소셜 미디어를 이용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윤리적 문제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라며 징계 사유를 설명했다.
시톤과 그의 변호사 사무실은 논란이 일자 페이스북을 통해 "냉소적으로 비꼬아 답한 것이었으나, 그런 답변을 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며 반성과 사죄의 뜻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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