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거래 위장해 경영권 승계"…"회삿돈 해외 빼돌려 부동산 매입"
관세청, 작년 무역기반범죄 4천600억 적발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A그룹의 사주는 계열사와 베트남 현지법인 간 무역(수출) 거래를, 자녀가 최대주주인 회사를 통해 이뤄진 것처럼 위장해 2세 기업에 거래 이득을 안겼다. 납품·수출 단가는 2세 회사의 이익이 많아지도록 책정됐다. 이렇게 생긴 이득 가운데 187억원은 2세가 그룹 지주사 지분을 취득하는 데 쓰인 것으로 파악됐다.
B사 대표는 베트남에 있는 위탁가공업체에 임가공비와 원부자재비 등을 과다 지급하는 방식으로 회사가 받을 돈을 해외로 빼돌렸다. B사 대표는 실제 대금과 차액 42억원을 중국의 페이퍼컴퍼니로 이전한 후 다시 국내 체류하는 중국인 등의 차명계좌로 입금받아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관세청은 작년 3월부터 연말까지 이들 사례를 포함해 편취금액이 총 4천600억원에 이르는 무역 기반 경제범죄를 적발했다고 27일 발표했다.
적발된 주요 범죄 사례는 ▲ 허위 해외투자·수입대금 송금으로 재산 국외 유출 ▲ 수출 일감 몰아주기로 경영권 편법증여 ▲ 수입단가 부풀리기로 유출한 법인자금을 사주 일가가 유용 ▲ 고가 수입 후 해외서 차액 자금세탁 ▲ 수입가격 부풀리기로 건강보험재정 편취 등이다.
C사 사주 일가는 식품원료를 수입하면서 미국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를 거치게 해 페이퍼컴퍼니가 거둔 차액을 직원 급여로 위장해 현지 부동산 매입 비용과 자녀 유학 경비로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D사 대표는 영국 등지에 상품을 실제보다 저가로 수출하고, 실제가격과 차액 30억원은 해외에 개설한 비밀계좌로 수령했다. 이어 이 자금을 미국의 페이퍼컴퍼니 계좌로 옮겨 현지 부동산 거래를 통해 세탁한 후 미국 지인의 계좌에 은닉하거나 국내 차명계좌로 수취했다. 일부는 귀금속을 구매해 국내로 밀반입했다.
관세청은 적발된 업체 관계자를 관세법의 가격조작 혐의 등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관세청은 "국내 산업계의 해외 진출 경험과 해외 직접투자가 늘고 외환거래 자유화와 수출입 통관절차 간소화 등에 따라 무역 기반 경제범죄가 한층 지능화하고 복잡해지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 "코로나19 무역금융 지원 노린 사기 주시"
수입 가격 조작으로 건강보험 재정을 축낸 다국적 의료기기업체의 한국지사 3곳도 관세청에 덜미를 잡혔다.
이들은 수입단가가 건강보험 의료기기가격 책정의 기준이 되는 점을 악용해 수입가격을 부풀려 신고하고 차액은 허위 마케팅 수수료로 되돌려 받거나 회계상 상계 처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3개 업체가 편취한 금액은 확인된 것만 총 358억원에 이른다. 이를 국민이 부담한 건강보험 보험료로 환산하면 637억원에 해당한다고 관세청은 설명했다.
관세청은 업체 관계자를 검찰에 송치하고, 부당이득금이 환수될 수 있도록 조사 자료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통보했다.
한편 관세청은 허위 수출과 고의 부도 등 수법으로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시행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기업 금융지원제도를 악용하는 기업이 나올 수 있다고 보고 한국무역보험공사와 혐의 기업 정보를 공유하는 등 무역금융 사기 차단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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