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민은행장 "지원성 통화정책 너무 빨리 퇴출 안 해"

입력 2021-01-27 10:23
중국 인민은행장 "지원성 통화정책 너무 빨리 퇴출 안 해"

앤트그룹 IPO 재개 관련 언급…"법률 절차 거쳐 문제 해결되면"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 중앙은행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 펼친 경기 부양성 통화 정책을 너무 빨리 접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이 주요국보다 먼저 경제 정상화에 성공해 올해는 비상 시기 통화 정책을 정상 시기 통화 정책으로 전환하는 '출구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시장 충격을 우려해 전환 속도를 너무 빨리하지는 않겠다는 메시지를 낸 것으로 해석된다.

27일 차이신(財新) 등에 따르면 이강(易綱) 인민은행장은 26일(현지시간) 인터넷 화상 연결 방식으로 열린 다보스 어젠다 회의 연설에서 "우리는 정책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확보할 것"이라며 "지원성(부양성) 정책을 너무 빨리 퇴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경기 회복 지원과 금융 위험 방지라는 양대 목표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행장은 "미래를 내다봤을 때, 중국의 통화 정책은 계속해서 경제 회복 지지와 위험 방지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면서 "작년 중국의 총부채 비율이 다소 상승했고 불량 대출도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코로나19 충격 극복을 위해 작년 초부터 통화와 재정 정책을 아우르는 고강도 경기 부양책을 폈다.

인민은행도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 집권 이후 유지해온 부채 감축(디레버리징)에 초점을 맞춘 통화 정책을 잠시 유보하고 지급준비율과 정책 금리 인하, 대규모 저리 정책 자금 대출 등을 통해 유동성 공급을 크게 늘렸다.

이런 부양 노력에 힘입어 중국 경제가 결과적으로 세계 주요국 가운데 가장 빨리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중국 경제의 숨은 뇌관으로 지목되어온 부채 문제의 심각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사회과학원 산하 싱크탱크 국가금융발전실험실(NIFD)에 따르면 3분기 말 기준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부채 비율(정부, 비금융 기업, 가계 포함)은 270.1% 로 작년 말의 245.4%보다 크게 올랐다.

은행보험감독관리위 자료를 보면, 작년 중국 은행들이 상각 등 조치로 털어낸 부실자산이 사상 최대 규모인 3조200억 위안(약 510조원)에 달했다.

이런 가운데 이 행장은 올해 중국 경제 전망이 코로나19 확산 상황에 크게 달려 있겠지만 연간 경제 성장률이 잠재 성장률 수준으로 돌아오면서 정상 구간을 회복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 행장은 이날 행사에서 알리바바그룹의 핀테크 계열사 앤트그룹의 상장 재개 문제와 관련해 원론적인 수준에서 언급을 했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이 행장은 연설을 마친 뒤 패널의 질문에 "모든 법률 절차와 광범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면 올바른 궤도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알리바바 창업자이자 앤트그룹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마윈(馬雲)의 작년 도발적인 당국 공개 비판 직후 세계 최대 규모가 될 예정이던 앤트그룹 상장은 전격 취소됐고 이후 당국은 반독점, 개인정보 보호 등 여러 명분을 앞세워 전자상거래와 핀테크 등 알리바바그룹의 핵심 사업 관련 규제를 강화 중이다.

당초 여러 중국 매체들은 인터넷을 통해 이 행장의 앤트그룹 재상장 문제와 관련한 언급을 속보로 보도했지만 '사안의 민감성' 탓인지 이후 많은 기사가 인터넷에서 삭제됐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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