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단 매각하는 SK텔레콤 "사회 발전 위한 대승적 결단"(종합)

입력 2021-01-26 17:25
야구단 매각하는 SK텔레콤 "사회 발전 위한 대승적 결단"(종합)

이마트 "수년 전부터 야구단 인수 준비…고객층 겹쳐 시너지 효과 기대"

매각 결정은 보텀업…최태원, 야구 발전-비인기 지원 '윈윈' 설명에 승인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장하나 기자 = SK텔레콤[017670]이 자본 100%를 출자한 프로야구단 SK 와이번스를 매각하는 이유를 "사회 발전을 위한 대승적 결단"이라고 설명했다.

신세계그룹의 이마트[139480]는 26일 SK텔레콤과 SK 와이번스 지분 100%를 인수하기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두 기업 간 정식 양수양도 계약일은 2월 23일이다.

이로써 2000년 쌍방울[102280] 레이더스를 인수해 창단한 SK 와이번스는 21년 만에 사라지고, 이마트 브랜드 야구단이 3월 새로 출범한다.

인수 가격은 주식 1천억원과 야구연습장 등 토지·건물 352억8천만 원 등 총 1천352억8천만원이다.

SK텔레콤은 야구단을 매각하는 대신 앞으로 아마추어 스포츠를 장기 후원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 한국 스포츠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어 대한민국 스포츠 육성 태스크포스를 만들고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과 결합한 미래형 스포츠 발굴과 투자를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간단히 줄여 아마추어 스포츠 상생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방침이다.



SK텔레콤이 재정난에 처해 야구단 운영에 급전이 필요한 상황이 아닌데도 명문구단으로 자리매김한 와이번스를 매각하는 이유에 지대한 관심이 쏟아졌다.

SK텔레콤 측 관계자는 "우리가 야구단을 잘 운영할 수 있는데 왜 남에게 주느냐는 본질적인 질문을 고민했다"며 "신세계그룹이 매력적인 인수 제안을 해왔고, 유통기업의 장점을 살리면 야구단을 더 잘 운영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가령 야구팬들의 소비 성향을 분석해 야구장과 이마트의 장점을 접목한 테마파크와 같은 형태의 마케팅 시설 구축을 SK텔레콤은 추진하기 어려웠다는 얘기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2016년 8월 스타필드 하남 개점을 앞두고 "유통업의 경쟁 상대는 테마파크나 야구장이 될 것"이라며 체험형 유통 시대가 열릴 것으로 내다보고 SK 와이번스를 전격 인수해 행동으로 옮겼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우리도 야구단을 잘 운영해왔고 경영상 어려움도 없기에 사모펀드와 같은 인수자가 나타나 야구단 인수를 제안했다면 단칼에 거절했을 것"이라며 "이마트가 새로운 영역에서 야구단을 잘 운영할 수 있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덧붙였다.

SK텔레콤의 또 다른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여러 분야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펜싱, 빙상, 장애인사이클처럼 현재 우리가 지원하는 아마추어 종목을 더욱 잘 뒷받침하고 스포츠 균형 발전을 이루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야구단 매각을 결정했다"고 소개했다.



야구단 매각 결정은 SK그룹 차원의 톱다운(하향식)이 아닌 텔레콤이 제안한 보텀업(상향식) 방식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 따르면 신세계[004170] 측의 제안을 받은 박정호 SK텔레콤 사장과 구단주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006120] 부회장이 논의 끝에 야구단 매각을 결정하고 금액 협상을 마친 뒤 최 회장에게 이 같은 내용을 보고했다.

보고를 받은 최 회장은 "멀쩡한 회사가 갑자기 구단을 팔아도 괜찮겠느냐"고 우려했으나 박 사장과 최 부회장이 "신세계가 야구 발전을 위해 와이번스를 더 키우겠다고 하고 우리는 그 돈으로 비인기종목을 지원하면 서로 윈윈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설명하자 야구단 매각을 승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SK텔레콤은 프로 대신 아마추어 종목 지원 방침이 최태원 회장의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부회장 선출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SK 그룹 총수 겸 대한핸드볼협회장인 최태원 회장은 지난해 12월 OCA 총회에서 부회장 겸 집행위원에 선출돼 국제 스포츠 무대에 본격적으로 이름을 올렸다.

최 회장은 OCA의 신설 조직으로 아시아 전역의 90개 스포츠연맹을 관장하는 경기단체 총괄 부회장을 맡았다.

신세계그룹은 "수년 전부터 야구단 인수를 준비해왔다"며 "몇 구단과 접촉했지만, SK와 급속도로 인수 논의를 매듭짓게 됐다"고 전했다.

어떤 구단인지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야구계는 모기업이 재정난에 처했거나 지배구조가 불투명한 두산[000150]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와 접촉한 것으로 관측한다.

신세계그룹은 "야구팬과 이마트 소비자층이 겹쳐 야구단 운영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누릴 것으로 기대한다"며 "실무팀을 가동해 KBO 가입신청, 팀명과 엠블럼 제작 등을 3월까지 마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2월 1일부터 제주도 서귀포의 강창학 구장에서 동계훈련을 시작하는 와이번스 선수단은 새 유니폼이 나오기 전까지 'SK' 그룹명이 박힌 유니폼을 입는다.

cany9900@yna.co.kr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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