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아프다고 다 같은 두통 아니다…원인·증상별 치료 달라"

입력 2021-01-24 06:00
"머리 아프다고 다 같은 두통 아니다…원인·증상별 치료 달라"

전문가들 "두통 강도 심하고 지속되면 병원 방문해 원인 찾고 치료해야"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두통은 워낙 흔한 증상이어서 질환으로 인식하기 어렵다. 그러나 머리가 아프다고 해서 다 같은 두통은 아니다. 때로 두통은 뇌출혈, 뇌졸중 등 심각한 질환의 전조 증상일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참을 수 없는 고통을 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요인이기도 하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이은재 교수의 도움으로 두통을 증상 및 원인별로 구분하고 치료법을 정리했다.

◇ 두통, 삶의 질 떨어뜨리는 요인이지만 간과하기 쉬워

24일 의료계에 따르면 두통은 특별한 원인이 발견되지 않는 일차성(원발성) 두통과 다른 질환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차성 두통으로 구분된다.

대개 일차성 두통은 뇌 바깥을 감싸는 혈관, 말초신경, 근육 등이 원인이다. 긴장형 두통, 편두통, 군발 두통이 이에 해당한다.

이차성 두통은 뇌종양, 뇌출혈, 머리 외상, 치아질환, 부비동 질환 등 원인 질환으로 인해 두통이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두 가지 두통을 구분하기 쉽지 않을뿐더러 두통 자체가 흔하다 보니 병원을 찾지 않은 채 진통제에만 의존하는 환자가 많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기준 2019년에 두통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15만5천904명이지만, 실제 두통을 겪은 환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두통 강도가 심하고 지속해서 발생할 때는 병원을 방문해 정확한 원인을 찾고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두통을 일으키는 원인이 다양한 데다 이에 따른 치료법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방치하면 증상이 악화하는 건 물론 삶의 질이 크게 저하될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 피곤한 일 많은 요즘, 머리가 조이듯 아프면…'긴장형 두통'

피로가 쌓인 상태에서 머리 양쪽이 조이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무겁고 아프다면 '긴장형 두통'을 의심해야 한다.

긴장형 두통은 일차성 두통 중에서도 가장 흔한 것으로 보고된다.

갑작스레 긴장된 상태에 놓이거나 좋지 않은 자세를 습관처럼 하거나 스트레스, 불안감, 우울감을 느끼면 근육이 수축하고 뻣뻣해진다. 이로 인해 근육 통증과 긴장형 두통이 발생할 수 있다.

환자가 느끼는 증상은 다양하다. 뒷머리가 묵직하거나, 콕콕 쑤시거나, 머리 전체가 멍하게 아프거나, 혹은 머리 여기저기가 번갈아 아프기도 하다.

단 편두통에서 흔히 보이는 속이 메스껍고 토할 것 같은 기분(오심), 구토, 안구통 증상은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긴장형 두통이 한번 발생하면 수일 이상 지속되는 경우가 흔하므로 예방과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긴장형 두통을 예방하려면 스트레스를 관리해야 한다. 스트레스에 민감한 성격, 불면증, 우울증 등은 긴장형 두통을 유발하거나 악화하는 요인이 되므로 해소하는 게 좋다.

또 목 부위 뼈나 근육 이상도 긴장형 두통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스트레칭 등으로 경직된 신체를 자주 이완해 주는 게 좋다.



◇ 머리가 깨질 것 같고 구토가 나온다면…'편두통' 의심

편두통은 마치 심장이 뛰는 것처럼 머리가 반복적으로 울리는 증상을 보인다. 편두통 환자들은 "머리가 욱신거린다", "쿵쿵대면서 아프다"고 표현한다.

많은 사람이 편두통이라고 하면 머리 한쪽에 두통이 느껴지는 것을 떠올린다. 하지만 실제 편두통 환자의 50%만 머리 한쪽의 통증을 호소한다.

나머지는 위치에 국한하지 않고 편두통 소견을 보인다. 통증 강도는 다양하나 대개는 일상생활을 방해할 정도로 심한 경우가 많다. 짧으면 몇 시간에서 길면 3일 정도 통증이 지속된다.

편두통 환자들은 두통으로 인한 소화불량과 메스꺼움을 호소하고 심한 경우 구토하기도 한다. 두통이 있는 쪽 눈이 아프거나 충혈이 되기도 하고 밝은 빛이나 소음, 냄새에도 예민해진다.

일부 편두통 환자는 시야에 이상이 생기는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난다. 머리가 아플 때 한쪽 눈앞에 암점이 점차 커지면서 주변에는 지그재그의 불빛이 나타나거나, 사물이 일그러져 보이거나, 시야 전체에 드문드문 뿌옇고 밝은 반점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가벼운 편두통은 약을 먹고 휴식하면 금세 나아지지만 구토 증상이 있을 정도로 두통이 심한 경우 일반 진통제는 효과가 거의 미미하다. 이때는 편두통에만 잘 듣는 약을 의사에게 직접 처방받는 것이 좋다.

편두통 약은 예방하는 약과 통증을 줄여주는 약으로 구분되는데, 만성 편두통 환자의 경우에는 의사 상담을 거쳐 예방약을 먹는 것도 좋다. 두통이 하루 4시간 이상, 한 달에 보름 이상 나타나고 이 중 8일 이상이 편두통 양상을 보이며 3개월 넘도록 지속되면 만성 편두통이다.

◇ '편두통인 줄 알았는데'…축농증 등 부비동 질환으로 인한 두통

축농증으로 불리는 부비동 감염에 의해 발생하는 두통은 편두통이나 긴장형 두통으로 오인하기 쉬우므로 증상을 세심하게 관찰해야 한다.

부비동염은 얼굴뼈 속에 비어있는 곳인 부비동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부비동은 미간까지 이어져 있으므로 염증이 생기면 이마에 통증이 느껴진다. 이마 통증 때문에 종종 편두통이나 긴장형 두통으로 오인되기도 한다.

부비동 질환으로 인한 두통은 장시간 앉아 있거나 중력으로 인한 부비동 내 액체의 흐름 때문에 머리를 숙이거나 흔들 때 심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이때는 항생제를 먹거나 생리식염수를 활용해 코를 세척하는 치료로 부비동염 증상 자체를 해소하는 게 필요하다.

◇ 특정 시기에 눈물·콧물 동반하는 심한 두통 있다면…'군발 두통' 의심

눈이나 관자놀이 주위에 통증이 느껴지고 눈물, 콧물, 식은땀이 나면 군발 두통을 의심해 볼 수 있다.

한두 달 동안 매일 한 번에서 수회에 걸쳐 심한 두통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군발기와 수개월 간 두통이 사라지는 관해기가 반복된다.

군발기는 보통 수주에서 수개월, 관해기는 수개월에서 수년 정도다.

일년 중 봄, 가을 같은 특정 계절에 군발기가 잘 발생하거나 하루 중 특정 시간에 두통이 잘 발생하는 경우로 나뉜다.

통증은 10∼15분 동안 점차 증가하며 약 1∼2시간 정도 지속한다.

군발 두통은 하루 한 번 이상 발생할 수 있고 이로 인해 잠에서 깨기도 한다. 일반 진통제로는 쉽게 해소되지 않으므로 신경전달물질을 늘려 뇌신경 기능을 원활하게 하는 약물로 치료해야 한다.

◇ 진통제 매일 먹는데도 두통을 달고 산다면…'약물 과용 두통' 의심

중년 여성 중에는 진통제를 오래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두통이 없어도 진통제를 복용하지 않으면 몹시 불안해한다.

약물 과용 두통은 진통제를 오랫동안 먹은 원발성 두통(긴장형 두통, 편두통) 환자에게 흔히 나타난다.

약물 과용 두통 치료는 우선 과다 복용해왔던 진통제를 중단하는 것부터다. 많은 환자는 오랫동안 과량으로 복용해온 진통제만 중단해도 두통이 호전된다.

다만 약물 과용 두통은 치료에 굉장히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 두통이 자주 재발해 진통제를 늘 복용하는 사람이라면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 하에 약물치료를 받는 게 좋다.

◇ 평소에 없던 심한 두통과 팔다리 마비 동반한다면…'뇌졸중에 의한 두통' 의심

평상시 두통이 없던 사람에게 갑자기 심한 두통이 나타나고 팔다리 마비나 발음장애, 시력 저하, 의식 저하, 경련 등이 동반되면 뇌출혈 등 뇌졸중에 의한 두통을 의심해야 한다.

이때는 두통 자체가 위험신호이므로 조속히 병원에 가서 응급처치를 받아야 한다.

만약 마비와 같은 증상은 없고 갑자기 심한 통증을 동반하는 벼락두통만 있다면 뇌졸중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때도 증상이 아주 심하다면 진찰을 받아보는 게 좋다.

벼락두통과 함께 손과 발을 움직이는 게 불편해지고 걸을 때 휘청거리거나, 눈이 잘 안 보이는 증상이 동반되면 뇌에 문제가 생겼다는 확실한 신호이므로 병원에 가야 한다.

jandi@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