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통통]'제발 고향가지마' 집세 인하·대입 가산점까지
중국 '제2의 우한 사태' 우려에 춘제 대이동 제한 정책 총동원
설연휴 남으면 최대 34만원 위로금에 통신 데이터·버스 무료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제발 이번 설 연휴에는 고향에 가지 마세요."
중국에서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이 우려되자 중국 정부가 내달 춘제(春節·중국의 설. 2월 11~17일)에 고향에 가지 말라며 사실상 이동 제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춘제 기간 고향에 가지 않고 현재 거주지에 있으면 집세를 인하하거나 심지어 자녀의 대학 입시에 가산점을 준다는 지방 정부까지 나올 정도다.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에 중국인들의 이동을 막는 것은 민심을 중요시하는 시진핑(習近平) 지도부에게 큰 부담이다.
하지만 지난해 1월 말 우한(武漢)에서 코로나19가 유행하는 가운데 춘제 대이동을 허용했다가 중국 전역으로 퍼져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따라서 올해 1월 들어 또다시 코로나19 확산세가 보이자 봉쇄령 대신 다양한 인센티브를 통해 '고향 가지마'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중국 저장(浙江)성 이우(義烏)시는 내달 1일부터 26일까지 이우에 남아서 설 연휴를 보내는 주민 모두에게 디지털 홍바오(紅包·특별 위로금) 500위안(한화 8만5천원)을 지급하기로 하고 각종 매장에서 물건을 살 때 이 쿠폰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우시는 내달 3일부터 7일까지 외지로 떠나지 않은 주민에 1인당 20기가의 데이터도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다.
또한, 집주인들에게 설 연휴에 이우시에 남은 주민의 집세를 반 달 치 또는 그 이상 내려주거나 설 연휴가 겹치는 15일간 집세를 받지 말라고 통지했다.
장쑤(江蘇)성 쑤저우(蘇州)는 내달 11일부터 17일까지 고향으로 가지 않은 사람에게는 1인당 600위안(10만2천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집세를 면제하거나 내려주기로 했다.
장쑤성 하이안(海安)은 코로나19로 인한 이동 자제를 촉구하면서 설 연휴에 남는 근로자에게 최대 2천위안(34만원)의 위로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광둥(廣東)성 허산(鶴山)시는 한술 더 떠서 대학 입시 가산점을 내걸었다.
허산시는 설 연휴에 고향에 돌아가지 않는 근로자의 자녀에 '2021학년도 대입 가산점'을 준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올해 설 연휴에 고향에 가지 않는 타지역 출신은 자녀가 허산시 관할 대학에 입학할 경우 3~5점을 더 받을 수 있다.
아울러 허산시는 설 연휴 남는 주민들에 전자 상품권, 버스 무료 탑승권, 10기가 데이터 등을 증정하기로 하는 등 코로나19 이동을 막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이미 중국중앙TV 등 관영 매체들은 '제자리에서 명절 보내자'라는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펼치고 있으며 베이징(北京), 톈진(天津), 상하이(上海), 허베이(河北), 허난(河南), 산둥(山東), 구이저우(貴州) 등 28개 성과 시가 동참하고 있다.
위챗(微信·중국판 카카오톡)과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등에서도 '설 연휴 고향 가지 말자'는 인기 검색어로 올라와 있다.
한 중국인 누리꾼은 웨이보에 "올해 설 연휴 상황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고향에 가지 말고 각자 제자리에 머물러 나라에 골칫거리를 더해주지 말자"고 촉구했다.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 정부가 그동안 공식 확진자 통계로 잡지 않던 코로나19 무증상 감염자가 급속히 늘면서 재확산을 주도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매년 4억명에 달하는 설연휴 대이동 인원을 최대한 줄이는게 방역의 최대 목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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