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자 10명 중 9명 "교통섬 건널 때 불안감 느껴"
한국교통안전공단, 교통섬 인식 조사 결과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보행자 10명 중 9명은 교통섬이 설치된 교차로를 건널 때 불안감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지난달 보행자 7천20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국민 인식 조사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2일 발표했다.
교통섬에 대한 인식을 묻는 항목에 응답자의 94.9%(6천839명)가 위협을 느낀 적이 있거나,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 교통섬의 활용방안과 관련해 응답자의 71.9%는 교통섬을 제거해 차도나 보도를 확장하거나, 보행자를 위한 휴식·문화 공간으로 활용하자고 답했다.
교통섬은 교차로 또는 차도의 분기점 등에 설치한 섬 모양의 시설물을 말한다.
보행자의 안전을 확보하면서도 차량이 교차로를 지나지 않고 우회전할 수 있는 이점이 있어 1990년대에 집중적으로 설치됐다.
하지만 일부 교통섬에는 도시 개발 과정에서 교차로 인근에 지하철 출·입구, 환기구, 가로수 등 지장물이 들어서며 운전자의 시야를 가리는 경우가 많다. 또 교통섬 인근 안전시설이 부족해 교통사고의 원인이 되고 있다.
실제 공단이 버스나 택시 등 사업용 자동차에 설치된 디지털 운행기록장치(DTG)를 활용해 전국 6개 지역의 12개 교차로를 분석한 결과, 교통섬이 설치된 교차로에서 우회전 차량의 주행속도는 교통섬이 설치되지 않은 교차로보다 평균 7.3%가량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홍성민 공단 책임연구원은 "부적절한 교통섬을 제거하면 우회전 차량으로 인한 보행자 사고가 줄어들고, 직진 차량의 속도도 줄여주는 효과가 있어 보행자 안전에 효과적"이라며 "운전자 시야에 방해가 되는 시설물이나 보행자의 안전이 우려되는 곳에 설치된 교통섬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앞서 지난해 8월 각 도로관리청이 교통섬 운영 실태를 점검하고, 점검 결과에 따라 개선방안을 시행할 수 있도록 '교통섬 개선 지침(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배포한 바 있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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