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다운계약으로 '760억원 착복' 전 바티칸 은행장 징역 9년
"바티칸서 금융 범죄로 유죄 선고받은 최고위층"…개혁 속도 낼 듯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700억원이 넘는 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된 전직 바티칸 은행장이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바티칸 법원은 횡령 및 돈세탁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전 바티칸 은행장 안젤로 칼로이아(81)에 21일(현지시간) 징역 8년 11개월을 선고했다.
부자지간인 이탈리아 출신 은행 자문 변호사 2명도 각각 징역 8년 11개월, 징역 5년 2개월을 선고받았다.
칼로이아는 바티칸 은행장으로 재직하던 2001∼2008년 은행 소유 부동산을 매도하는 과정에서 자문 변호사와 공모해 '다운계약서'를 작성하는 수법으로 차액 5천700만 유로(약 761억원)를 챙긴 혐의를 받았다.
2009년 은행장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 칼로이아는 지금까지 바티칸에서 금융 범죄로 유죄를 받은 최고위층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아울러 관련 범죄에 징역형이 선고된 첫 사례인 것으로 알려졌다.
칼로이아를 둘러싼 비리 의혹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즉위한 해인 2013년 내부 조사를 통해 세상 밖으로 드러났다.
바티칸 은행은 공식 명칭이 종교사업기구(IOR)로 1942년 설립됐다.
종교·자선 활동에 쓰이는 자산의 관리·운용과 교황·성직자·수도회 회원들을 위한 일반적인 은행 업무를 맡는다.
하지만 설립 이래 여러 차례 돈세탁·불법 거래에 연루되는 등 바티칸 내 부패의 온상으로 지탄을 받았다.
바티칸 은행에 대한 개혁 작업은 전임 교황인 베네딕토 16세 때 본격화됐다. 당시 차명 또는 소유주가 불분명한 범죄 연루 의심 계좌 수천 개가 폐쇄됐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2013년 즉위 이래 바티칸 은행을 포함한 교황청 금융 기관·조직의 투명성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두고 전방위적인 개혁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이번 법원 판결은 향후 유사 범죄를 단죄하는 기준점 역할을 할 수 있어 시선을 끈다.
바티칸 경찰은 작년 상반기부터 영국 런던 고가 부동산 불법 투자 의혹을 수사 중이다.
교황청 관료 조직의 심장부로 불리는 국무원이 주도한 투자로 상당한 손실을 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전 세계 신자들의 헌금으로 조성되는 '베드로 성금'이 동원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한편, 칼로이아는 재판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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