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취임] 삼엄 경비속 인파 사라진 취임식…바이든 "집 가는 느낌"(종합)
백악관 들어가기 전 짧은 퍼레이드…기분 어떠냐 묻자 '엄지 척'
취임식장인 의사당은 물론 백악관 주변 등 곳곳 폐쇄…전례 없는 풍경
과거 군중 대거 몰렸던 내셔널몰은 텅 빈 채 19만여개 깃발로 채워
(워싱턴=연합뉴스) 임주영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는 군사 작전 지역을 방불케 하는 삼엄한 경비 속에 유례없는 취임식을 맞이했다.
테러 우려에 따라 극도로 강화된 보안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문제로 일반인 출입이 통제되면서 취임식장인 의사당과 백악관, 인근 구역에 이르는 도로는 모두 폐쇄됐다.
통상 취임식 때 수많은 군중이 몰리는 명소인 의사당 앞 내셔널몰도 폐쇄돼 사람의 발길이 끊겼다. 대신 이곳에는 19만1천500개의 성조기와 미국 50개 주 및 자치령의 깃발이 꽂혔다.
'깃발의 들판'으로 이름 붙여진 이 공간은 코로나19와 보안 문제로 취임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미 전역의 국민을 대표하기 위해 조성됐다.
이날 취임식에 가지 못한 시민들은 집에서 TV를 시청하며 새 대통령을 응원했고 워싱턴DC의 일부 시민은 창밖으로 몸을 내밀어 환호하거나 종을 흔들며 축하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취임식을 마치고 국립묘지를 찾아 헌화한 뒤 백악관으로 향하던 중 전용 차에서 내려 가족과 함께 짧은 퍼레이드를 하기도 했다.
다만 거리에는 축하 인파 대신 경찰과 기자, 자원봉사자 등이 자리잡고 있었다.
NBC방송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거리를 걷던 중 누군가 큰 소리로 기분이 어떠냐고 묻자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였다. 행진이 끝나갈 무렵 NBC의 기상 앵커인 앨 로커가 마침내 대통령이 된 기분이 어떠냐고 묻자 "좋아요"라고 답변했다.
이어 백악관에 들어가기 직전엔 NBC의 마이크 메멀리 기자가 비슷한 질문을 하자 "집에 가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AP통신은 "워싱턴은 주 방위군과 철책, 검문소가 있는 요새로 변모했다"며 의사당과 백악관 주변의 보안 인력이 취임식 축하객보다 훨씬 많았다고 전했다.
워싱턴DC에는 약 2만5천 명의 주 방위군이 투입돼 경찰과 함께 시내 곳곳을 순찰하며 검문 검색에 나섰다.
미 전역에서 투입된 2천300여 명의 법 집행 인력도 미 비밀경호국(SS) 주도의 보안 작전을 지원했다고 CNN방송은 전했다.
이라크 바그다드 중심부에 설치된 통제 구역인 그린존처럼 시내 중심부에는 출입이 통제됐고 이 구역에 있는 지하철 메트로 역은 폐쇄됐다.
AFP통신은 "워싱턴DC는 무장 기지의 디스토피아적인 모습"이라고 삼엄한 분위기를 표현했고, 많은 인파가 모이는 내셔널몰 역시 "대통령 취임식 날에 텅 빈 전례 없는 광경"이라고 전했다.
버지니아주와 워싱턴DC를 연결하는 교량들도 대거 봉쇄됐다. 의사당 동쪽 터널을 지나는 유니언역의 열차 운행과 시외버스 운행도 중단됐다.
해양경비대도 포토맥강 등 워싱턴DC 주변의 주요 수로를 차단하고 순찰에 나섰다.
거리에서도 평소와 같은 축하 인파는 아예 찾아볼 수 없었고 공원도 마찬가지였다. 이 지역 주민도 거리를 다니려면 일일이 신분증을 보여줘야 했다.
WP는 이전의 다른 취임식에서는 전세버스를 타고 각지에서 온 수천 명의 인파가 거리를 누비고 티셔츠와 모자 등을 판매하는 상인들이 넘쳐나는 카니발과 같은 풍경이 연출됐지만, 이날 거리는 텅 비었다고 완전히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zo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