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체포·접견 금지에 납치 의혹까지…태국 시위대 탄압 논란

입력 2021-01-19 12:11
야간 체포·접견 금지에 납치 의혹까지…태국 시위대 탄압 논란

"밴에 밀어 넣고 14시간뒤 풀어줘" 주장…캄보디아 납치사건 데자뷔?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태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반정부 시위 동력을 꺼뜨리려는 움직임이 뚜렷한 가운데 납치 의혹까지 나오면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19일 일간 방콕포스트와 온라인 매체 카오솟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시위대 경호를 맡은 단체 소속 20대 남성은 지난 16일 오후 방콕 시내 자신의 집 인근에서 괴한들에 의해 납치됐다고 주장했다.

편의점을 나서는 데 누군가가 자신을 밴 안으로 밀어 넣었고, 이후 수 시간 동안 변호사나 친인척 등과 연락이 두절됐다는 것이다.

이 남성은 괴한들이 총리 직속인 보안작전사령부(ISOC) 소속이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그는 괴한들이 처음에는 자신을 국경 지역에 떨어뜨려 놓겠다고 했다가, 이후 오해했다면서 사과했다고 전했다.

납치 후 14시간 가량이 지난 뒤 괴한들은 점퍼를 자신의 머리에 뒤집어씌운 채 밴 밖으로 내리게 했다고 덧붙였다.

이 남성은 반정부 시위대에 무료 법률 지원을 해주고 있는 '인권을 위한 태국 변호사들'(TLHR) 도움을 받아 납치 사건 수사를 경찰에 의뢰했다.



ISOC 대변인은 자신들은 이번 '납치 의혹'에 연루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야당인 전진당(MFP)의 랑시만 로메 의원은 이번 사건이 지난해 6월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반정부 인사 완찰레암 삿삭싯(38) 납치 사건과 유사하다고 지적하고, ISOC에 수사 협조를 촉구했다고 온라인 매체 네이션은 전했다.

이 남성 외에도 시위대 경호 임무를 맡은 다른 20대 남성도 지난 15일 저녁 집에서 사복 경찰에 체포된 뒤 변호사 및 가족과 한동안 연락이 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TLHR은 최근 태국 당국이 시위대 탄압을 자행하는 과정에서 일정한 패턴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저녁이나 밤에 체포한 뒤 휴대전화를 압수해 변호인들의 방문을 막는 것은 물론 가족에게도 자신의 행방을 알릴 수 없도록 한다는 설명이다.

지난 10일 탐마삿대 대학생 한 명이 왕실모독죄 위반 혐의로 기숙사에서 체포될 때도 이런 패턴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TLHR 소속 푼숙 푼숙차론 변호사는 경찰의 이런 행위는 명백한 위법 행위라고 비판했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 태국 지부 코디네이터인 수나이 파숙도 카오솟에 "경찰의 행동은 국가가 개입한 '강제 실종'에 해당할 수도 있다"면서 "경찰이 태국법과 국제법을 무시하는 일련의 행태를 통해 체포행위를 하고 있다는데 큰 우려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sout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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