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취임 D-1] 불복 딛고 마침내 통수권자…겹겹이 쌓인 난제

입력 2021-01-19 10:01
수정 2021-01-19 12:04
[바이든 취임 D-1] 불복 딛고 마침내 통수권자…겹겹이 쌓인 난제

전염병 대유행에 경기침체·극심한 분열…미국 주도권 회복 과제

"대공황과 남북전쟁 합친 상황" 평가도…코로나19 극복 우선순위

트럼프 지우고 국제질서 재편 나설 듯…한반도 정책 영향 주목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차기 대통령의 20일(현지시간) 취임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작년 11월 3일 대선 후 78일, 경합주 박빙 승부 끝에 승자가 된 같은 달 7일 이후 74일만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으로 두 달 보름가량 각종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트럼프 4년을 뒤로 하고 제46대 미국 대통령으로서 '바이든 시대'를 여는 것이다.

하지만 바이든의 발걸음은 무거워 보인다.

미국 내부적으로 전 세계 확진자와 사망자가 각각 1위일 정도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대유행이 심각하다. 이로 인해 경기침체의 그림자도 짙게 드리워져 있다.

지난해 미국 전역의 인종차별 항의 시위, 올 초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회 난동 등 극심한 분열도 바이든 당선인을 옥죄는 부분이다. 시위·테러 우려에 취임식조차 요새화한 의사당에서 군사작전처럼 열린다.

역사학자 도리스 컨스 굿윈은 워싱턴포스트에 바이든의 상황이 1930년대 경제 대공황에 직면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1860년대 남북전쟁에 부딪힌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을 합친 것과 비슷하다고 평가할 정도다.



대외 환경 역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보다 크게 악화했다는 게 바이든의 생각이다. 트럼프식 미국우선주의가 전통적 동맹을 약화하고 미국의 위상을 심대하게 훼손했다는 인식 때문이다.

바이든 입장에서는 트럼프 시대를 청산하고 내부적으로 전염병 극복과 경기 회복, 통합을 이뤄내면서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주도권을 회복해야 하는 막중한 과제를 짊어진 셈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발 빠른 대응을 예고했다. 취임 열흘 간 수십 개의 행정명령 등을 발동해 급한 불을 끄고 동시에 '바이든 시대'의 청사진도 제시할 방침이다.

바이든 측이 최근 내놓은 계획을 보면 초기 정책에는 100일간 마스크 착용, 검사·백신접종 확대, 경제적 구제책 등 코로나19 극복이 시급한 과제로 올라와 있다.

또 파리 기후변화협약 재가입, 이민정책 완화 등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뒤집으며 트럼프 시대와 단절하는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이미 1조9천억 달러(약 2천100조 원)의 예산안을 의회에 제안했고, 이민규제 완화, 투표권 접근 확대, 최저임금 인상 등 개혁 입법을 취임 초부터 의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그러나 공화당이 이들 정책에 부정적 입장을 취해왔기 때문에 바이든의 정치력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아메리카 퍼스트'를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 정책 기조와도 철저한 결별을 예고한 상태다.

그의 구상은 '미국이 돌아왔다'는 표현에 함축돼 있다. 바이든표 해법은 미국이 주도적 역할을 하는 다자주의 속에 외교의 재활성화, 동맹의 복원이란 말로 집약된다.

이런 기조는 한미동맹 강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며, 교착 상태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도 숨통을 틀 수 있다.

다만 바이든 당선인은 트럼프 대통령과 방법은 다르겠지만 대중 강경 기조를 취할 것으로 보여 미중 사이에서 한국의 외교적 고민을 더할 수 있다.

바이든은 북미 정상의 담판을 통한 해법 도출을 시도한 트럼프와 달리 동맹을 비롯한 주변국과 조율, 실무협상에서 시작하는 상향식 접근법에 방점을 찍어 대북 새판짜기가 비핵화 협상의 전기를 마련할지 주목된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조 바이든 행정부는 거의 전례가 없을 정도로 보건과 국가안보 도전에 직면한 위험한 시점에 출범한다"며 "허약한 경제와 극심한 보건 위기를 고려할 때 국내 문제가 우선순위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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