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금융규제' CFPB수장에 워런 측근 발탁…월가 벌벌 떠나

입력 2021-01-18 12:02
수정 2021-01-18 12:13
바이든, '금융규제' CFPB수장에 워런 측근 발탁…월가 벌벌 떠나

CFPB·SEC 월가 감시기구 '쌍두마차'에 베테랑 규제론자 나란히 낙점

오바마 시절 창설된 CFPB, 트럼프 '친기업' 규제완화 유산 지우기 본격 나설듯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금융소비자보호국(CFPB) 국장에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의 로힛 초프라(38) 위원을 내정했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취임 첫날부터 행정명령 발동 등을 통해 대대적 '트럼프 유산' 지우기를 벼르고 있는 바이든 당선인이 금융규제 정책도 '트럼프 이전'으로 되돌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어 월가 등이 긴장할 것으로 보인다.

초프라 위원은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함께 진보개혁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의 측근 인사로 꼽힌다. 샌더스 상원의원과 함께 대선 경선에 참여했다가 도중하차했던 워런 상원의원은 과거 '월가 개혁' 등을 위한 CFPB 창설을 주도, 이후 특보를 역임하며 월가를 벌벌 떨게 했다.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초프라 의원은 워런 의원이 CFPB에 몸담았던 당시 그 밑에서 일했다. CFPB에서 부국장까지 지냈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전문경영학 석사(MBA) 출신인 그는 정부에 들어오기 전 컨설팅회사 매킨지에서 일했다고 폴리티코가 전했다.

폴리티코는 초프라 위원이 의회에서 인준받을 경우 자신이 워런을 도와 일했던 조직의 수장이 돼 '친정'으로 복귀하게 되는 셈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초프라의 낙점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 약화된 CFPB의 입지를 더욱 탄탄하게 회복하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게리 겐슬러(63) 전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이 조 바이든 행정부의 초대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으로 내정됐다고 미 언론이 최근 보도한 바 있다.

겐슬러는 20년 가까이 골드만삭스 등 유수의 투자은행에서 일하며 정부의 규제 철폐를 주장해 왔지만,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 CFTC 위원장을 맡아 금융시장의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 강화를 주도했다. 이 때문에 미 언론은 겐슬러 지명이 규제 완화 정책의 종식을 의미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블룸버그통신은 바이든 당선인이 민주당 진보진영의 강력한 지지를 받은 두 명의 베테랑 규제론자 조합을 '월가 감시기구'의 양대 핵심 축을 각각 이끄는 수장으로 발탁했다면서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엄격한 규제 관리·감독을 계획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보도했다.

이번 인선은 금융 규제 관련직을 둘러싼 민주당 내 중도 진영과 좌파 진영 간 내부 주도권 쟁탈전 끝에 이뤄진 것이기도 하다고 통신은 전했다.

민주당 내 좌파 진영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의 과도한 친(親)기업적 정책들과의 확실한 결별을 바라왔으며, 이번 인선은 바이든의 당선 이후보다 엄격한 규제에 대비해온 금융 산업계에는 나쁜 소식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CFPB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금융규제와 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해 2011년 신설한 조직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첫해인 2017년 11월 '부국장 대행직 자동승계'를 명시한 관련법 조항까지 어겨가면서 CFPB 폐지론자였던 측근 믹 멀베이니 당시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을 대행에 임명하는 등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오바마 유산' 지우기에 나선 바 있다.

지난해 대법원판결에 따라 바이든 당선인은 취임 첫날 현 CFPB 국장을 해임할 수 있게 돼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CFPB에 남긴 친(親)기업적 흔적을 지우는 데는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폴리티코가 전했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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