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연이은 희망퇴직…시중은행 4곳서 1천700명 떠나
대부분 '최대 3년치 임금+α' 제시…3곳은 퇴직자 전년보다 늘어
(서울=연합뉴스) 은행팀 = 작년 말과 올해 초 연이은 희망퇴직으로 국내 주요 시중은행 4곳에서만 1천700명의 은행원이 이미 떠났거나 나갈 채비를 하고 있다.
주요 은행들이 최대 3년치 임금에 학자금, 전직지원금 등 후한 조건을 제시하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퇴직하겠다고 손을 든 인원이 예년보다 대체로 늘어났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4개 시중은행에서 희망퇴직으로 이미 떠났거나 이달 안에 떠날 인원은 약 1천700명으로 집계됐다.
가장 먼저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던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에서는 작년 12월 말에 각각 511명, 496명이 짐을 쌌다.
하나은행은 만 15년 이상 근무하고 만 40세 이상인 일반 직원 285명이 '준정년 특별퇴직' 제도를 통해 회사를 나갔다. 이들에게는 36개월치 평균 임금(관리자급은 27~33개월치)과 함께 자녀 학자금(1인당 최대 2천만원), 의료비, 재취업·전직 지원금이 지급됐다. 준정년 특별퇴직금으로 24개월 또는 27개월 평균임금을 줬던 전년보다 조건이 대폭 강화되면서, 특별퇴직 인원도 전년(92명)에 비해 크게 늘었다.
하나은행에서는 1965년생과 1966년생 일반 직원 226명도 특별퇴직했다. 이들은 각각 25개월치, 31개월치 평균임금과 자녀학자금, 의료비, 재취업·전직지원금을 받았다.
농협은행도 이번에 특별퇴직 보상과 신청 대상을 대폭 늘리면서 신청자가 전년(356명)보다 140명 넘게 늘었다.
농협은행은 만 56세는 28개월치, 만 54·55세는 각각 37개월, 35개월치를 지급하고 3급 이상 직원 중 1967∼1970년생은 39개월치, 1971∼1980년생은 20개월치 임금을 특별퇴직금으로 줬다. 여기에 '전직 지원금'도 추가로 줬다.
전년도에 만 56세 직원에게 월평균 임금 28개월치, 10년 이상 근무하고 만 40세 이상인 직원에게 20개월치를 일괄 지급했던 것보다 보상이 크게 늘었다.
우리은행은 1월 말 468명이 희망퇴직을 한다. 조건은 작년과 같은 수준이었으나, 일반 직원까지 신청 대상이 확대되면서 희망퇴직하는 인원이 전년(326명)보다 140명가량 늘었다.
우리은행은 이번에 만 54세 이상을 대상으로 전직 지원(희망퇴직) 신청을 받았으며, 1965년생에 24개월치, 1966년생부터는 36개월치의 급여를 지급하고, 이와 별도로 자녀 학자금(1인당 최대 2천800만원), 건강검진권, 재취업지원금, 여행상품권을 지원한다.
신한은행은 지난 14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결과 220여명이 손을 들었다. 작년 250명보다는 규모가 약간 줄었다.
희망퇴직 신청 대상은 근속연수 15년 이상, 1962년 이후 출생자로, 출생년도에 따라 최대 36개월치 임금과 자녀학자금, 건강검진비, 창업지원금을 지원하기로 하는 등 작년과 조건이 같은 수준이었다.
KB국민은행은 희망퇴직 조건을 둘러싸고 노사 입장이 맞서면서, 아직 희망퇴직 공고조차 띄우지 못했다. 희망퇴직 접수 지연으로 지점장 인사도 미뤄졌다.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평균임금 지급 기간 등 특별퇴직금 수준을 예년보다 더 늘릴지를 두고 노사 의견이 맞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시중은행 모두 특별퇴직을 정례화하고 매년 12월에서 이듬해 1월에 직원들을 내보내고 있다.
비대면 금융 확대로 은행에 필요한 인원은 줄어들었지만, 퇴사자의 재취업은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은행들은 해마다 더 좋은 퇴직 조건을 걸거나 대상 연령을 넓히는 방법으로 특별퇴직을 진행하는 추세다.
은행권 관계자는 "주요 은행들의 희망퇴직 조건이 예년 수준이거나 그보다 더 강화되는 등 나쁘지 않아 코로나19 상황에서도 희망퇴직 인원이 대체로 더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yjkim8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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