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TSMC 올해 파운드리 역대급 투자…부담 커진 삼성전자
TSMC 올해 최대 280억달러 쏟아부어…인텔 GPU 등 위탁생산 맡은 듯
2위 삼성전자, 올해 비메모리 투자 12조원 관측…TSMC와 격차 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패권 다툼 경쟁에서 '쩐의 전쟁'이 가열되고 있다.
세계 파운드리 1위 기업인 대만의 TSMC가 올해 '역대급' 설비투자 계획을 공개하면서 TSMC를 쫓는 삼성전자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질 전망이다.
17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대만의 TSMC는 지난 14일 4분기 실적 발표에서 올해 설비투자액(Capex)이 250억∼280억달러(약 27조∼31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공개했다.
이는 지난해 집행한 172억달러는 물론, 올해 전문가들인 예측한 설비투자액 추정치(190억∼200억달러)를 뛰어넘은 것이다.
업계는 TSMC가 이렇게 많은 자금을 설비투자에 쏟아붓는 배경에 5나노미터(㎚, 1㎚=10억분의 1m) 이하 초미세화 공정에서 TSMC의 팹리스(반도체 설계회사) 고객인 애플과 AMD, 엔비디아, 퀄컴 등의 주문량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TSMC는 이날 올해 설비투자의 80%를 초미세화 선단공정(3, 5, 7나노)에 사용할 것이라고 공개했다.
5나노 이하 공정 수행을 위해 대당 1천700억∼2천억원에 달하는 극자외선(EUV) 장비 매입을 확대하는 것이다.
이 자금에는 TSMC가 오는 2029년까지 미국 애리조나에 120억달러를 투자해 지어야 할 5나노 공정의 파운드리 공장 설립 비용도 포함돼 있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TSMC가 올해 역대급 투자를 결정한 것은 최근 급증한 파운드리 수요에 대비함과 동시에 삼성전자와 5나노 이하 첨단 공정에서 벌이고 있는 기술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TSMC의 올해 투자 확대 계획에는 현재 첨단 공정의 외주화를 검토하고 있는 인텔의 물량이 포함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인텔이 엔비디아와 경쟁할 개인 PC용 그래픽칩(GPU) 'DG2'를 만들 예정이며 이 칩은 TSMC 7나노 공정에서 만들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최근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로 TSMC와 삼성전자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밝힌 인텔이 같은 종합반도체회사(IDM)인 삼성전자보다는 전문 파운드리 회사인 TSMC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로이터는 인텔이 그래픽처리장치로 시작해 차세대 플래그십 중앙처리장치(CPU)로 TSMC 측에 아웃소싱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했다.
파운드리 2위 기업인 삼성전자도 2030년 시스템 반도체 1위 목표에 한발 다가가기 위해 올해 시스템 반도체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글로벌 1위인 메모리 반도체와 2∼5위 수준인 비메모리 사업을 동시다발적으로 확장해야 하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투자를 한 곳에 집중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실적발표에서 2020년 총 시설투자액은 35조2천억원로 예상되며 이 가운데 반도체에 28조9천억원이 투자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중 파운드리와 시스템 반도체 등 비메모리 사업에 대한 투자액은 6조원 정도에 그친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NH투자증권[005940]은 삼성전자가 올해 비메모리 사업에 대한 시설 투자를 작년의 2배인 12조원으로 늘릴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는 TSMC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현재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에 대적할 만한 자금력을 가진 곳은 삼성전자뿐이지만 종합전자회사인 삼성전자는 투자할 곳이 많은 반면 TSMC는 파운드리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게 큰 차이점"이라며 "삼성전자가 비메모리 사업 1위 목표 달성까지 쉽지 않은 싸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sm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