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시위 경고에 긴장한 미…'한줌' 시위 빼곤 토요일 일단 평온
FBI "전역 주의회서 무장시위 열릴 수 있다" 경고…일부 소규모 집회 빼곤 조용해
워싱턴DC선 권총 소지한 30대 체포…대부분 집회 일요일로 예고돼 긴장 여전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둔 주말인 16일(현지시간) 미 전역의 주의회 의사당 앞에서 무장 시위가 열릴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으나 이날 전국의 주의회는 대체로 평온했다고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앞서 이번 주말 전역의 주의회에서 무장한 극우 극단주의자들이 행진·시위를 계획하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 6일 연방의회 의사당에서의 폭동 사태에 이어 주의회 앞에서 시위를 조직하려는 움직임이 일었다.
이에 따라 취임식이 열리는 워싱턴DC는 물론 50개 주 전역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워싱턴DC에 주 방위군 1만명이 투입되고 주 정부들 역시 보안을 강화하고 주 방위군과 경찰 등 법 집행인력을 배치했다.
그러나 WP는 이날 "몇 장소를 제외하고는 주의회 의사당은 16일 오후 상대적으로 평온했다"고 보도했다.
텍사스주 주도 오스틴에서는 경찰 등이 바짝 긴장해 시위 대비에 나선 가운데 한 줌에 불과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고 WP는 전했다. 무장한 남성 몇 명과 여성이 2022년 주지사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시의원과 함께 나타나기도 했으나 곧 해산했다.
미네소타주 주도 세인트폴 주의회 앞에는 '(선거) 도둑질은 진짜' 등이 적힌 표지판을 든 50여명의 친(親)트럼프 시위대가 모였다. 그러나 시위대는 주의회 주변에 배치된 경찰관 수백 명보다 훨씬 적었다.
오리건주 주도 세일럼에서도 '트럼프를 탄핵하지 말라'는 표지판을 든 사람 등 소수가 모여 시위를 열었다. 유타주 주도 솔트레이크시티에서는 '유타 애국자들'이란 단체가 17일 총기 옹호 집회를 열려다가 폭력을 선동하는 다른 집회에 이용당할 수 있다며 행사를 취소했다.
워싱턴DC에서는 전날 밤 글록 권총 1정과 500발이 넘는 실탄을 자신의 픽업트럭에 싣고 취임식 행사 보안검색대를 통과하려던 웨슬리 앨런 빌러(31)라는 남성이 체포됐다.
빌러에게는 불법 무기·탄약 소지 혐의가 제기됐다. 빌러는 석방된 뒤 눈물을 글썽이며 "정직한 실수였다"고 해명했다. 사설 보안업체 직원인 그는 차에 권총이 있는 줄 모른 채 집을 나섰다가 길을 잃어 보안검색대에 차를 세우게 됐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실 비밀경호국(SS)의 요청에 따라 15일부터 취임식 이튿날인 21일까지 워싱턴DC 내셔널몰 지역 대부분이 임시 폐쇄된 가운데 메트로 지하철은 13개 역을 폐쇄하고 4개 주요 교량도 통행이 차단됐다.
워싱턴DC 주 방위군을 지휘하는 윌리엄 워커 소장은 지금까지 약 1만명의 주 방위군이 배치됐으며 취임식 전날인 19일 밤까지는 최대 2만5천명으로 증원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위는 일요일인 17일에 열릴 예정이어서 아직 긴장의 끈을 놓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캘리포니아주 주도 새크라멘토에도 주 방위군 1천여명이 주말을 앞두고 배치됐다. 트럼프 지지자 3천여명이 17일 대선 결과 인증에 항의하려는 시위를 벌이겠다고 했으나 캘리포니아 고속도로순찰대(CHP)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이유로 이를 불허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위대가 집결할지는 미지수다.
미시간주 랜싱에서도 17일 시위가 벌어질 것으로 알려져 경찰 등이 여전히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찰 첩보와 온라인상의 게시물에 따르면 랜싱에서는 무장한 사람들이 일요일 정오에 모일 예정이다. '프라우드 보이스'와 '부걸루' 같은 극우 집단이 행사 참석을 위해 먼 곳에서 찾아올 것이란 징후도 있다.
다만 일부 보수 단체들은 회원들에게 집에 머물라고 촉구하고 있다. 집회가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폭력 혐의를 뒤집어 씌우기 위한 계략이란 것이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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