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영 디셈버 대표 "우리 이해못한 금융권, 이젠 따라하려 해"

입력 2021-01-17 06:05
정인영 디셈버 대표 "우리 이해못한 금융권, 이젠 따라하려 해"

"로보어드바이저 아니고 '간편투자' 서비스…팔면 끝인 상품과 달라"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처음에 이런 얘기를 하면 금융권 분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어요. 수익률이 제일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핀트 2년 성과를 보고 그분들도 놀라워합니다. 지금은 우리를 따라 하려고 합니다."

정인영 디셈버앤컴퍼니(이하 디셈버) 대표는 "금융상품에 포커스를 맞추면 기존 금융기관의 잘못된 관행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금융을 서비스 관점에서 보는 게 핀트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핀트는 디셈버가 내놓은 모바일 간편투자 서비스의 이름이다.

금융투자 서비스를 넘어 개인의 전반적인 금융생활 만족도를 높이는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핀트의 지향점이라고 정 대표는 설명했다.

정 대표와의 인터뷰는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디셈버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다음은 정 대표와의 문답.

-- 올해 경기 및 증시 전망은 어떻게 보나.

▲ 경기 전망은 중요하다. 하지만 '시장 전망이 이러하므로 어떻게 하겠다'는 얘기는 잘 안 한다. '아이작'(핀트의 인공지능 엔진)은 2021년 증시 모멘텀이 작년처럼 유지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여전히 주식이 유효하다는 보고는 있지만, 위험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 개인들 투자 열기가 대단하다.

▲ 2000∼2001년 정보기술(IT) 버블 때와 닮았다. 그때와 달라진 것은 투자 관련 콘텐츠를 얻을 수 있는 채널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또한 투자 관련 뉴스 소비가 많이 늘었다. 그때는 방송도 공중파 몇 개밖에 없었다. 코스피 3,000 시대를 만든 큰 주역은 언론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포털 메인을 보면 증시 관련 키워드 기사가 많다.

내 실력이 좋아서 수익이 났다고 착각하는 사례가 많아질 시기다. 물론 그런 경험도 중요하다. 다만, 이 경험에 도취해서 무리하게 투자하면 안 된다.

-- 로보어드바이저 핀트 서비스를 소개해 달라.

▲ 로보어드바이저라는 용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 추구하는 서비스에 적당한 단어가 아니다.

-- 어떤 점이 다른가.

▲ 기존 금융투자는 상품을 갖고 해왔다. 상품은 일단 만들어 팔면 끝이다. 금융을 서비스 관점에서 보는 게 출발점이다. 상품에 포커스를 맞추면 기존 금융기관의 잘못된 관행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핀트는 간편투자라는 말을 쓴다. 프로세스 간편함도 있지만 의사결정의 간편함도 있다. 투자를 안 하는 이유는 돈이나 지식, 시간이 없어서 중 하나다. 돈을 은행에 예·적금으로 맡겨 둔 사람은 이 3가지 중 하나에 해당한다. 이걸 해결해 주고자 서비스를 만들었다.

-- 금융상품과 구분되는 금융서비스란 게 쉽게 와닿지 않는다.

▲ 게임을 예로 들면 패키지 게임이 상품이다. 출시하면 끝이다. 요즘 모바일 게임은 출시 후 계속 업데이트된다. 이게 서비스다. 금융투자 인공지능(AI) 엔진을 만들었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시작이다.

-- 기존 자산배분 펀드 상품과 무엇이 다른가.

▲ 상품과 서비스 얘기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카카오뱅크 앱을 예로 들면 기능적으로는 기존 은행 앱과 같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카카오뱅크 앱을 쓴다. 써보니까 편한 거다. 기존 은행은 상품을 만들고 앱은 이를 제공하는 보조 수단으로 여긴다. 카카오뱅크 앱은 고객이 어떻게 편리함을 느낄까를 세심하게 고민해서 서비스화하고 새로운 것을 붙여 나간다는 점이 다르다. 설명만으로는 소비자가 인지하기 어렵다. 써본 사람이 알 수 있다.

-- 고객 입장에선 투자는 결국 수익률이 중요해 보인다.

▲ 공급자적 관점이다. 서비스의 퀄리티는 수익률로만 재단할 수 없다. 인터넷 쇼핑할 때 무조건 최저가로 사지는 않는 것과 같다. 수익률만 중요하다면 그 많은 펀드가 공존할 수 없다.

수익률이 중요치 않다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실제 우리는 타사 대비 수익률이 높다. 하지만 수익률로 마케팅하지 않는다. 수익률로 광고하면 고객이 수익률을 보고 서비스를 선택하기 때문이다.

-- 수익률 외 무엇을 제공하나.

▲ 핀트에 '꾸준히 차곡차곡'이라는 서비스가 있다. 고객 3분의 1이 이 서비스를 이용한다. 이용 후기를 보면 매일 7천원씩 커피 한잔을 안 사먹으면 돈이 이렇게 많이 쌓일 줄 몰랐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전반적인 만족을 주는 게 서비스다. 핀트 사용자환경(UI)도 일러스트 위주로 했고, 고객이 스트레스를 받을 요인은 뺐다. 투자에 너무 걱정을 안 해도 된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다.

-- 기존 펀드도 매니저가 운용한다는 관점에서 서비스 아닌가.

▲ 펀드매니저가 적절한 상황판단으로 운용을 잘했다면 서비스가 맞다. 하지만 이를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중요하다. 매니저는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하지만 고객은 매니저가 최선을 다하는지 신뢰가 없다. 판매사도 내게서 수수료만 받으려고 하는지 알 수 없다. 우리가 말하는 서비스는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이다. 고객이 바라는 만족을 어떻게 설계해서 전달하느냐다.

넷플릭스 시청자는 다른 서비스에 더 재밌는 콘텐츠가 많다고 해도 넷플릭스를 보는 것과 비슷하다. 내게 맞는 콘텐츠를 추천해주기 때문이다.

핀트 출시 2년이 돼가는데 처음에 이런 얘기를 하면 금융권 분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다. 수익률이 제일 중요하다고 했다. 2년 성과를 보고 그분들도 놀라워한다. 지금은 우리를 따라 하려고 한다.

-- 추구하는 서비스 범위가 포괄적이다.

▲ 개인 금융생활의 종착점이 투자다. 그래서 투자부터 시작했다. 핀트는 '파이낸셜 인텔리전스'에서 왔다. 투자라는 말이 안 들어가 있다. 금융투자로 시작했지만 개인의 전체 금융생활 만족도를 높이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우리가 추구하는 바다. 40대 자녀가 있는 남성인데 비슷한 상황에 있는 평균 대비 소비나 저축이 너무 많다는 식의 조언을 주는 것 등이다.

-- KB증권과 엔씨소프트에서 투자도 받았다.

▲ 제휴사인 KB증권에서 핀트를 보고 깜짝 놀라워했다. 핀트 고객 중 다시 돈을 넣는 비율이 매우 높았다. 분기별 100%씩 성장하고 고객 만족도도 높았다. 우리가 모르는 뭔가가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오랜 기간 KB증권과 얘기해왔고 맞춤형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 제공을 준비하기 위해 기술개발을 하는 과정에서 엔씨소프트의 AI 기술을 가져와서 활용하면 어떻겠냐고 KB증권 측이 제안했다.

-- 기존 금융권 관념에선 쉽게 이해하기 어려울 만하다.

▲ 핀트는 굉장히 기술집약적인 AI 엔진을 사용하고 있다. 전 세계 핀테크 기업을 통틀어 기술력은 디셈버가 제일 좋다고 자부한다. 앞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수준으로 서비스 제공 범위를 넓혀갈 것이다.

-- 향후 계획은.

▲ 소비와 투자를 연계한 서비스 출시도 준비 중이다. 핀트페이가 될지 핀트카드가 될지 아직 모르지만 여러 방향을 기획 중이다. 내 삶과 소비를 아우르는 과정에서 AI가 핵심 기술로 쓰일 수 있다.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을 할 수 있는 기술을 갖췄기 때문에 준비 중에 있다.

-- 투자 초심자에게 조언하자면.

▲ 우리는 맞춤형 서비스 제공을 모토로 한다.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르다. 일률적인 투자 조언을 하는 것은 소위 '꼰대'에 가깝다. 각자 처한 상황에서 충분히 고민하며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게 중요하다. 지금은 그런 경험을 해보는 좋은 시기다.

다만, 무리하게 대출을 받는 등 짜릿함에 취하는 일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20∼30대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에 쓰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성공하는 사람은 오히려 자기 실력을 키운다. 돈은 잃어도 돌아올 수 있지만 젊은 시절의 경험은 돌아올 수 없다. 그런 취지에서 서비스를 만들었다.

-- 1억원 여윳돈이 있다면 어떻게 투자하겠나.

▲ 80∼90%는 핀트에 넣겠다. 10∼20%는 자신을 위해 쓰겠다. 체력이 될 수도 있고, 개발자라면 코딩 실력이 될 수도 있다. 연애도 좋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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