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등 암호화 메신저로 대이동…미 의사당 난입 후폭풍
트럼프 지지 극우세력, '빅 테크' 검열 피해 새로 터 잡아
일반인들도 개인정보 문제 우려 갑자기 확대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기자 = 미 극우 세력들의 의사당 난입 사태 이후 텔레그램과 시그널 등 암호화 메신저가 갑자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3일(현지시간) 전했다.
지난 주에만 수천만명이 텔레그램과 시그널 앱을 받았다.
시그널은 발신자와 수신자만 내용을 볼 수 있도록 모두 암호화하는 메신저다. 텔레그램도 암호화 메시지 옵션을 제공한다. 극우단체 프라우드 보이스의 설립자인 개빈 매킨스는 10일 텔레그램 메신저에 "한동안 이 곳에 안왔는데 앞으로 정기적으로 글을 올리겠다"며 복귀를 알렸다.
프라우드 보이스는 이번 미 워싱턴DC 의사당 난입사태에 적극 참여했다.
지난주 페이스북, 트위터 등 '빅테크'(대형 IT 기업)들이 의사당 난입과 관련된 극우 단체들의 계정을 삭제하자 설 곳을 잃은 이들이 새로운 터를 찾아 움직였다.
극우주의자들이 애용하는 소셜미디어 앱 '팔러'가 11일 차단되고 나서 4시간 만에 텔레그램의 한 프라우드 보이스 그룹에는 신규 구독자가 4천명이 넘었다.
이 과정에서 왓츠앱이 데이터 일부를 모회사인 페이스북과 공유한다고 이용자들에게 알리면서 개인정보와 관련된 우려가 커졌다. 페이스북이 왓츠앱 메시지를 볼 수 있다는 허위 정보가 돌면서 불안이 급격히 증폭됐다.
그 결과는 메신저 대이동이었다.
텔레그램은 지난 사흘간 이용자가 2천500만명 이상 증가해 5억명을 넘어섰다고 12일 밝혔다.
시그널은 11일에만 130만명이 새로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하루 앱 내려받기 횟수는 5만건 뿐이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 경영자(CEO)도 지난주에 '시그널을 써라'라는 말을 트위터에 남겼다.
이런 현상은 미국 뿐이 아니다. 텔레그램 신규 가입자의 94%는 다른 대륙 출신이고 시그널도 마찬가지다.
멕시코 대통령도 10일 텔레그램의 새 그룹에 관해 트위터에 언급했다.
왓츠앱 대변인은 이용자 개인정보 관련 규정은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일반인들은 왓츠앱이 개인 대화 내용과 음성 통화까지도 들여다보고 사업에 이용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텔레그램과 시그널과 같은 암호 메신저는 개인정보를 보호하지만 동시에 수사당국을 어렵게 만드는 문제가 있다.
암호화폐 싱크탱크의 니라지 아그라왈 대변인은 "일반인들은 정보 공유, 페이스북, 개인정보와 같은 키워드만 들으며, 이는 앱을 바로 삭제해버리기에 충분한 이유다"라고 말했다.
merci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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