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세기의 마피아 재판'…355명 한꺼번에 법정에
세계 최대 마피아 '은드란게타' 조직원들…살인 등 혐의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 역사상 손에 꼽히는 규모의 '마피아 재판'이 시작됐다.
이탈리아 법원은 13일 오전(현지시간) 남부 칼라브리아를 거점으로 하는 마피아 조직 '은드란게타'(Ndrangheta) 조직원 355명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이들은 살인, 범죄단체 가입·활동, 불법 무기 소지, 마약 밀매, 불법 고리대금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2019년 12월 경찰 2천500여 명이 투입된 사상 최대 규모의 마피아 소탕 작전 과정에서 체포돼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 중에는 지역 정치인과 변호사, 기업인 등이 포함돼 있다. 일부는 불가리아와 독일, 스위스 등 해외에서 검거됐다.
ANSA 통신 등 현지 언론은 마피아 관련 재판 역사상 가장 큰 규모 가운데 하나라고 전했다. 법정에 출석하는 증인 수만 900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법원 측은 피고인 수 등을 고려해 칼라브리아 라메치아 테르메 지역 한 건물에 임시 법정을 설치했다. 법정 안팎의 경비도 삼엄하다.
은드란게타는 이탈리아는 물론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마피아 조직으로 꼽힌다.
규모나 활동 범위 등에서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진 시칠리아 마피아 '코사 노스트라'를 넘어선 지 오래다.
2만 명의 조직원이 세계 곳곳에 암약하고 있으며 마약 밀매 등을 통해 벌어들이는 연간 수익만 500억 유로(약 67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콜롬비아나 멕시코의 마약 생산 조직이 은드란게타를 통해 유럽지역에 마약을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80∼1990년대 기업인 등 주요 인사들을 납치·살해해 악명을 떨친 은드란게타는 잔혹한 보복으로 현지 사회에선 공포의 대상이다.
2016년 땅을 넘겨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칼라브리아의 42세 젊은 사업가를 살해해 돼지 먹이로 줬다는 진술도 최근 나와 현지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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