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시위 중단 틈타…태국, 왕실모독죄 적용 '박차'

입력 2021-01-13 12:33
수정 2021-01-13 13:20
코로나로 시위 중단 틈타…태국, 왕실모독죄 적용 '박차'

"지도부 대거 체포로 반정부 시위 동력 잃게 만들려는 속셈" 분석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지난해 태국 정국을 휩쓴 반정부 시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한 사태로 중단된 가운데, 태국 당국이 지도부를 겨냥한 왕실모독죄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지도부을 옭아맴으로써 향후 반정부 시위 동력을 떨어뜨리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간 방콕포스트는 13일 쁘라윳 짠오차 총리가 전날 디지털경제사회부(DES)와 기술범죄단속국(TCSD) 등 4개 부처에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왕실모독죄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것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TCSD는 지난 9일 반정부 시위 지도부인 파릿 치와락과 파누사야 싯티찌라와따나꾼에 대해 소셜미디어 등에서 왕실모독 글을 올린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으라며 소환장을 발부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들은 이미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면서 왕실모독죄를 위반한 혐의로 경찰에서 조사를 받은 바 있다.

TCSD는 이들 외에도 왕실모독죄에 저촉되는 온라인 게시글을 올린 혐의 20여명에 대해 같은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반정부 시위대는 연말연초 휴지기 이후 올초 다시 거리로 나설 것으로 예상됐지만, 코로나19 재확산 사태로 대규모 모임이 금지되면서 현재는 SNS를 중심으로 '군주제 개혁·총리 퇴진·군부정권 제정 헌법 개정'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십여 건의 왕실모독 혐의를 받고 있는 파릿은 "2021년에도 민주적 개혁을 위한 투쟁을 계속될 것"이라면서도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하면, 모임 자체가 주요 주제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태국 형법 112조에 규정된 이른바 '왕실 모독죄'는 왕과 왕비, 등 왕실 구성원은 물론 왕가의 업적을 모독하거나 왕가에 대한 부정적 묘사 등을 하는 경우 최고 징역 15년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태국은 2018년부터 2년여간 이 법 조항을 적용하지 않다가 반정부 시위에서 그동안 금기시됐던 군주제 개혁 요구까지 분출하자 다시 칼을 빼 들었다.

AFP 통신은 인권단체인 '인권을 위한 태국 변호사들'을 인용, 태국 경찰이 지난 11일 4명에 대해 왕실모독죄로 조사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이로써 왕실모독죄로 수사를 받는 이는 모두 41명으로 늘었다고 이 단체는 밝혔다.

정치분석가인 나레수안대학교의 폴 챔버스 교수는 41명에 대해 왕실모독죄를 적용한 것은 고(故) 푸미폰 아둔야뎃 전 국왕 당시인 2017년 64명 이후로 가장 많은 규모라고 지적했다.

챔버스 교수는 통신에 "태국 당국이 코로나19 기간을 핵심 지도부를 다수 체포함으로써 향후 반정부 시위에 이들이 나타날 수 없게 하는 기회로 이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쭐라롱껀대 안보 및 국제문제 연구소 티띠난 퐁수티락 소장도 최근 상황은 전례없는 왕실모독죄 적용이라고 평가했다.

티띠난 소장도 "정부의 행보는 왕실모독죄가 유죄 선고율이 높다는 점에서 시위 지도부를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게 하고 이로 인해 반정부 시위가 차질을 빚는 상황을 만드는데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sout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