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장 베팅하는 '곱버스' 최저가 ETF로 전락
증시 가파른 상승에 9개월 새 4분의 1토막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주가지수가 하락할 때 하루 낙폭의 두배를 벌도록 설계된 인버스 레버리지형 상장지수펀드(ETF), 이른바 '곱버스'가 9개월 새 4분의 1토막이 나며 최저가 ETF 처지로 전락했다.
증시 강세가 지속할 경우 곱버스가 1천원선 아래에서 거래되는 이른바 '동전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 KB자산운용, 키움투자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4개사의 코스피 200선물지수 기반 '인버스2X' 상장지수펀드(ETF)는 코스피가 장중 한때 3,200선을 돌파한 지난 11일 일제히 장중 2천원선 아래으로 저점을 낮췄다.
가장 거래량이 많은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인버스2X는 11일 장중 1천875원으로 떨어졌고, 키움운용의 KOSEF 인버스2X 상품은 1천860원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지난해 4월초 8천원선이 깨진 이후 7개월 만인 11월초 4천원선 밑으로 떨어진 데 이어 다시 2달 만에 반 토막이 난 것이다.
이들 4개 운용사의 인버스2X 상품들은 지난 7일 이후 국내에서 가장 싼 ETF 순위 1∼4위를 나란히 차지하고 있다.
지난 2016년 9월 22일 동시 상장된 이들 인버스2X 상품은 12일 현재 2천원선 초반 수준이다.
금투업계에선 코스피 상승 추세가 이어지거나 변동성이 커질 경우 인버스2X 상품의 거래가격이 1천원선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판단한다. 이른바 동전주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버스2X는 코스피200 선물지수의 일별 수익률을 음(-)의 2배수만큼 따라가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시장 변동성이 커질 경우엔 코스피 200 지수가 오른내린 뒤 제자리로 돌아오더라도 같은 기간 인버스2X의 누적수익률은 마이너스(-)를 나타내는 일도 벌어진다. 코스피의 상승이 제한되더라도 인버스2X는 추가 하락할 수 있는 상품 구조인 셈이다.
새해 들어 주가가 가파른 상승 행진을 거듭하면서 곱버스에 베팅한 투자자의 손해도 불어나고 있다.
곱버스의 순매수 주체가 개인이라는 점에서 가격 하락이 이 상품에 투자한 개인들의 손실로 곧바로 이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KODEX 200선물인버스2X 경우 새해 들어 7거래일간 코스피 200 지수가 9.9% 상승하는 동안 17.7% 급락했다. 12일 현재 시가총액은 1조7천736억원으로, 새해 들어서만 3천451억원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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