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펜스, 의회 난입사태 이후 첫 만남…앙금풀고 화해했나
바이든 승리인증 이후 완전히 등돌린 1·2인자…"좋은 대화"
민주 '펜스 수정헌법 25조 발동 결의안' 발의 당일…트럼프, 협조 구했을 가능성
"펜스, 의회난동 때 트럼프에 격분"…트럼프 몰락으로 잠룡 펜스 입지강화 평가도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지난 6일(현지시간) 벌어진 의회 난입 사태 이후 처음으로 회동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 등 외신은 두 인물이 11일(현지시간)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만났다고 보도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더힐에 "두 사람은 다음 주 일정에 관해 논의하고 지난 4년간 행정부의 업무와 성과를 되돌아보며 좋은 대화를 나눴다"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은 또한 지난 6일 의회에 난입한 이들은 행정부가 추진해온 '미국 우선주의' 움직임을 대표하지 않는다는 점에 동의했다고 이 당국자는 덧붙였다.
이번 회동은 충직한 넘버2였던 펜스 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 행태를 계기로 그와 멀어진 상황에서 이뤄져 더욱 주목된다.
특히 이날은 공교롭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내란 선동' 등의 혐의로 탄핵을 추진하는 민주당이 그와 맞물려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박탈을 위한 수정헌법 25조 발동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발의한 날이기도 하다. 이 발의안은 12일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현재까지 펜스 부통령이 수정헌법 25조 발동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한번 펜스 부통령의 협조를 구하고 대책을 논의했을 가능성도 제기되는 대목이다.
앞서 펜스 부통령은 현 정부 출범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곁을 묵묵히 지키며 조력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왔다.
공개석상에서 정부 성과를 홍보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불허 언행을 옹호하는 것도 그가 맡은 중요한 역할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대선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패배에 불복하며 '선거 사기'를 주장하자 펜스 부통령은 명확히 동조하지 않으며 그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급기야 각 주의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인증하기 위한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펜스 부통령이 결과를 뒤집어줄 것을 압박했다.
곤혹스러운 처지에 내몰린 펜스 부통령은 결국 자신에게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폐기할 권한 없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하고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를 인증했다.
트럼프 시대의 1·2인자가 사실상 결별한 순간이었다.
특히 합동회의 당일 트럼프 지지 시위대가 의회에 들이닥쳐 자신을 포함한 의원들이 피신하게 되자 펜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격노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그는 주변에 자신이 수년간 좋은 파트너였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단 한 가지 일 때문에 자신을 버렸다며 비통해했다고 한 측근은 NBC방송에 전했다.
다만 측근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펜스 부통령 개인의 정치적 입지는 외려 더 탄탄해졌다고 평가한다.
무엇보다 지지자들의 의회 유린을 선동했다는 비판을 받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에 재출마할 가능성이 작아졌다는 관측이 현실화할 경우 2024년 대권을 노리는 펜스 부통령으로선 잠재적 경쟁자가 사라지는 셈이 된다.
그는 의회 난입 사태 당시 국방장관 대행과 주 방위군 동원 문제를 논의하며 국가비상사태에서 흔들림 없이 중심을 잡는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부각하기도 했다.
시위대를 진압하다가 결국 숨진 의회 경찰관 브라이언 시크닉의 유족과 접촉한 것도 트럼프 대통령이 아닌 그였다.
현재 펜스 부통령은 남은 임기 동안 미국 정부가 여전히 제대로 기능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 보내는 데에 주력하려 한다고 측근들이 CNN방송에 전했다. 그는 20일 바이든 당선인의 취임식에도 참석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차별화에 나선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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