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예멘반군 테러조직 지정 후폭풍…"완전한 외교파괴"
국제 구호 단체 반발…유엔도 "인도주의적 지원, 중단 없이 제공돼야"
(서울=연합뉴스) 이승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임기를 며칠 남겨두지 않고 예멘 반군 후티(자칭 안사룰라)를 테러 조직으로 지정하기로 한 것을 둘러싸고 후폭풍이 일고 있다.
국제 구호단체들은 미국의 조치가 인도주의적 위기를 겪는 예멘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해 말 발생한 예멘 남부 아덴 공항에 대한 폭탄 공격과 관련해 후티를 테러 조직으로 지명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데이비드 밀리밴드 국제구호위원회(IRC) 최고책임자는 후티를 테러 조직으로 지정한 것에 대해 "완전한 외교적 반달리즘(공공기물 등에 대한 파괴행위)"이라고 비판했다.
영국 외무장관을 지낸 밀리밴드는 "예멘 국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원조와 경제 교류 중단이 아니라 그 반대의 것이 필요하다"며 "민간인을 인질로 잡지 못하도록 분쟁 당사자들을 효과적으로 압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르웨이난민위원회(NRC)의 예멘 담당 모하메드 압디는 "미국의 조치는 심각한 상황에서 구호 기관의 대응 능력을 저해하고, 80%를 수입에 의존하는 예멘에 식량과 의약품을 들여오는 일은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예멘 인구의 약 70%가 후티가 통제하는 지역에 살고 있어, 미국의 새로운 제재는 이들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유엔도 미국의 조치가 예멘의 정치 절차를 재개 노력에 악영향을 미치고 내전 당사자들의 갈등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인도주의적 지원이 중단 없이 모든 예멘인에게 지속해서 제공될 수 있도록 요구되는 면제 등 신속히 허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전날 낸 성명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취임 하루 전인 오는 19일 발효되는 이 테러 조직 지정이 인도주의적 지원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아라비아반도 남서부 예멘에서는 2015년 내전이 본격적으로 발발한 뒤 압드라보 만수르 하디 대통령의 예멘 정부와 반군 후티의 교전이 이어졌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아랍 동맹군은 예멘 정부를 군사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후티는 이슬람 시아파 맹주 이란의 지원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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