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쿠바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할 듯…바이든에 부담

입력 2021-01-12 01:55
미국, 쿠바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할 듯…바이든에 부담

오바마 시절인 2015년 테러지원국서 해제…트럼프 대 강경 쿠바정책 반영

쿠바 관계 복원 바라는 바이든에 장애물…북한·시리아·이란은 이미 지정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쿠바를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할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이날 2명의 국무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이를 공식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같이 전했다.

이는 전임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쿠바를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한 것을 뒤집는 것으로서, 새로 출범하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쿠바와 외교적 관계의 빠른 복원을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봤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국무부는 쿠바가 미국인 도주자들의 은신처를 제공하고, 2019년 폭탄 테러와 연계된 콜롬비아 좌익 게릴라 단체 민족해방군(NLA) 요원의 범죄인 인도 요청을 거부하고 있다는 점을 재지정 이유로 들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는 북한, 시리아, 이란이 올라와 있다. 쿠바는 1982년 테러지원국에 지정됐다가 오바마 행정부가 경제적, 외교적 관계 개선을 추진하면서 2015년 해제됐다.

바이든 당선인은 쿠바와 더욱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자본주의화하는 것이 쿠바의 민주적 변화의 길을 열어줄 것이라는 기대에서 경제 및 여행 제한을 완화하겠다는 희망을 시사했었다. 여기에는 쿠바로의 여행과 투자, 송금에 대한 제한 완화가 포함될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니카라과, 베네수엘라와 함께 쿠바를 '폭정의 트로이카'라고 규정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몇 달간 쿠바의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검토해 왔다.

2명의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블룸버그에 이번 재지정 결정은 정치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순수한 정책적 판단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또 이 문제를 놓고 정치를 하기 원했다면 미국이 작년 11월 대선 전에 쿠바를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5월 쿠바를 재지정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당시 국무부는 쿠바를 북한, 이란, 시리아, 베네수엘라와 함께 2019년 기준 미국의 무기수출통제법상 '대 테러 비협력국'(not cooperating fully)으로 지정했다. 쿠바가 이 명단에 다시 오른 것은 2015년 이후 5년 만이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쿠바 정부가 몰수한 재산에서 이익을 얻는 기업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할 길을 열었다. 또 교육 목적의 여행과 크루즈 운항을 금지하고 직항편을 제한했다.

블룸버그는 "바이든 행정부가 쿠바를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기 위해 움직일 수 있다"면서도 "공식적 검토는 몇 달간 그 절차를 지연시키고 쿠바 지도자들에 관한 논쟁을 다시 불러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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