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플로리다주 고령자 접종현장 혼선 극심…대상자 '분통'

입력 2021-01-11 16:40
미 플로리다주 고령자 접종현장 혼선 극심…대상자 '분통'

전국 주 가운데 최초로 65세 이상 일반인 접종 시작

예약·현장관리 '구멍'…예약 성공해도 실제 접종 '하늘의 별따기'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미국 플로리다주가 65세 이상 고령자 전원에게 코로나19 백신의 우선접종을 실시하자 수요가 폭증하면서 현장에서 극심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인터넷으로 예약에 겨우 성공하더라도 현장에서 백신을 접종받지 못하고 퇴짜를 맞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플로리다주는 지난달 미국의 주 가운데 처음으로 65세 이상 일반인에게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선착순 접종도 가능하다는 주정부의 방침에 주 내 주요 도시의 백신 접종 장소는 순식간에 노인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필리스 험프리스(76)씨는 지난주 주 보건당국으로 백신을 접종하라는 문자메시지를 받고서 22마일(약 35㎞)을 차를 몰고 접종 장소를 찾았지만, 오전 10시도 되지 않은 시각에 이미 백신이 떨어졌다는 얘기를 들었다. 결국 그는 백신을 맞지 못하고 귀가했다.

유방암 투병 중인 린다 브런스(72)씨는 고령에 기저질환자로서 백신의 최우선 접종대상이지만, 지난달 말 백신 접종을 신청했는데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그는 NYT와 인터뷰에서 백신 배포와 접종에 논리도 없고 너무 엉망이라면서 분통을 터트렸다.

셜리 라보이(65)씨 역시 최근 백신 접종을 하러 레크리에이션센터에 갔다가 길게 늘어선 차량 행렬과 '오늘 백신은 없습니다' 표지를 보고서 돌아왔다고 했다.

NYT 인터뷰에서 그는 "온종일 컴퓨터 앞에만 있다. 스트레스가 심하고, 갇혀 지내는 데 지쳤다. 그러나 백신을 맞을 기회가 왔는데도 못 맞고 있다"고 말했다.

플로리다주 새러소타 등 일부 카운티들은 백신 접종을 위한 일정 관리 소프트웨어도 갖추지 못해 이벤트 관리용 사설 애플리케이션에 의존하고 있다고 한다. 팜비치카운티는 폭주하는 문의로 전화가 먹통이 돼 백신접종 신청을 아예 이메일로만 받고 있다.

이 와중에 플로리다주 당국은 코로나19 검사와 백신 접종장소로 지정된 마이애미가든스의 하드록 스타디움을 11일 대학 미식축구 챔피언십 경기를 위해 일시 폐쇄해 비난을 사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보건당국에 끈이 닿는 일부 부유층은 백신을 손쉽게 구해서 접종한다고 NYT는 지적했다.

인구 2천만명이 넘는 플로리다에서 65세 이상 고령자는 440만명 가량으로, 이 중에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은 사람은 현재 10%도 되지 않는 40만명에 불과하다.

플로리다주의 경우 백신 접종 시스템 미비와 현장에서의 극심한 혼선 등으로 이미 공급된 백신 물량의 30%밖에 소진하지 못했다.

뉴욕타임스는 "플로리다의 백신 접종은 무한경쟁으로 변했다. 일종의 무법상태가 됐다"면서 "수요가 공급을 압도했고 사람들은 좌절했다"고 전했다.

yongla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