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올해 메모리-비메모리 반도체 '두마리 토끼' 잡는다

입력 2021-01-11 06:31
수정 2021-01-11 07:33
삼성전자, 올해 메모리-비메모리 반도체 '두마리 토끼' 잡는다

D램 대호황 예고에다 파운드리·시스템 반도체도 성장 기대감

TSMC 3나노 개발 지연설, 인텔 반도체 위탁생산 가능성도 호재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올해 메모리 반도체(D램) 시장의 슈퍼사이클(장기호황)이 예고된 가운데 삼성전자[005930]가 메모리뿐만 아니라 비메모리 시스템 반도체 부문에서도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시장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5G 통신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이미지센서 등 시스템 반도체 부문의 수요 증가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의 대형 고객 확대에 힘입어 반도체 호황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11일 반도체 업계는 삼성전자가 올해부터 2∼3년간 이어질 슈퍼호황기를 틈타 2030년 비메모리 반도체 1위라는 목표 달성에도 한발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폭발하는 파운드리 시장…삼성전자, 인텔 반도체까지 맡나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은 현재 공급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촉발한 언택트 수요 증가로 고성능컴퓨팅(HPC), 스마트폰, 게임 콘솔 등의 시장 확장세가 가파른 가운데 자율주행과 친환경 자동차 등 최신 전자장비(전장) 기술이 적용된 오토모티브(Automotive) 수요까지 가세하며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중국 화웨이에 이어 세계 5위 파운드리 기업인 중국 SMIC까지 제재에 나서면서 대만의 TSMC나 삼성전자 등 기존 파운드리 업체들은 생산 라인을 풀 가동할 정도로 공급이 빠듯한 상황이다.

특히 엔비디아·퀄컴·AMD 등 글로벌 팹리스(반도체 설계회사)들이 최근 7nm(나노미터, 1nm=10억분의 1m) 이하 초미세화된 반도체 탑재 비율을 높이면서 삼성전자의 강점이 부각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의 최강자인 TSMC와 함께 극자외선 노광장비(EUV)를 이용해 7나노 이하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회사다.

그렇다 보니 전체 파운드리 시장에서 1위 TSMC와 2위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각각 54%와 17%(지난해 기준)로 TSMC가 압도적으로 높지만, 10나노 이하 미세 공정에서는 각각 60%대 40% 정도로 점유율 격차가 크지 않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는 올해 삼성전자 D램의 슈퍼 호황에 못지않게 파운드리 성장성에 주목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스마트폰 AP 설계가 주력인 퀄컴을 비롯해 IBM, 엔비디아 등 대형 고객의 발주 물량을 잇달아 수주하며 파운드리 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인 상태다.

이런 가운데 IT업계의 큰손인 애플이 인텔과 결별하고 자사의 데스크톱·노트북 맥(Mac)에 자체 설계한 시스템온칩(SoC) '애플 실리콘'을 탑재하며 신규 파운드리 수요에 가세했다. 애플은 현재 자사의 반도체 물량 전체를 대만의 TSMC에 맡기고 있다.



'반도체 황제' 인텔도 최근 7나노 이하 첨단 제품 생산이 지연되면서 외주화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8일 블룸버그통신은 인텔이 7나노 공정 전환 지연으로 2023년 생산이 시작되는 핵심 반도체 칩 생산을 TSMC 또는 삼성전자에 위탁생산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증권가에서는 일단 인텔이 7나노 이하 제품을 같은 종합반도체회사(IDM)인 삼성전자보다 전문 파운드리 회사인 TSMC에 맡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러나 TSMC의 7나노 이하 생산 라인이 포화상태여서 인텔이 비슷한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삼성전자에 분리 생산을 맡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 경우 인텔이 갖는 상징성 때문에 삼성전자의 파운드리는 더욱 날개를 달 수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TSMC와의 파운드리 격차를 좁히기 위해 첨단 공법에 승부수를 던진 상태다.

삼성은 5나노까지 기술경쟁에서 TSMC에 밀린다는 평가였으나 3나노부터 현재 핀펫 구조보다 앞선 차세대 트랜지스터 구조인 'GAA(Gate-All-Around)' FET 공정으로 TSMC와 격차를 줄여나갈 것이라는 복안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대만 언론 디지타임즈는 TSMC가 3나노 공정 개발에 기술적 문제와 EUV 장비 도입 지연 등으로 3나노 공정 개발이 연기될 것이라고 보도하면서 삼성전자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증권가는 당장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매출이 작년 14조원에서 올해 최대 20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TSMC의 기술력과 시장 지위, EUV 장비 확보 경쟁 등 현실적인 문제로 삼성전자가 단기간에 TSMC를 넘어서긴 쉽지 않다"면서도 "반도체 시장 성장성에 힘입어 삼성전자가 점차 격차를 의미 있게 좁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시스템 반도체도 실적 성장 견인 기대…인수합병 관측도

삼성전자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CMOS 이미지센서 등 시스템 반도체도 올해 효자 노릇을 할 전망이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상반기에 출시한 모바일 AP '엑시노스 990'은 성능과 발열 이슈 등 품질 문제로 삼성전자의 갤럭시S 시리즈에서도 탑재되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그러나 올해 선보일 신제품 '엑시노스 2100'은 공정 경쟁력과 제품성능, 가격 측면에서 전작보다 크게 개선됐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키움증권[039490] 박유악 애널리스트는 "하이엔드 제품인 '엑시노스 2100'은 EUV 5나노 공정과 ARM의 레퍼런스코어를 사용해 경쟁작인 퀄컴 스냅드래곤 888과 대등한 성능을 보일 것"이라며 "퀄컴 제품의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만큼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엑시노스 2100의 시장점유율 확대가 기대된다"고 예상했다.

작년 말에 발표한 중급 제품 '엑시노스 1080'도 삼성전자의 갤럭시A 시리즈뿐만 아니라 중국 오포, 비보, 샤오미 등 스마트폰 업체의 신규 제품에 탑재돼 중국에서 시장 점유율이 오르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눈'으로 불리는 이미지센서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세계 1위인 소니를 추격하고 있지만 초미세화 공정에서는 삼성전자가 소니를 앞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전자는 소니를 제치고 2019년 업계 최초로 1억800만 화소의 이미지센서 '아이소셀 브라 HMX'를 출시한 데 이어 지난해 초미세 공정이 적용된 0.7㎛ 픽셀의 신제품 라인업을 확대하면서 기술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지센서가 휴대폰 카메라는 물론 보안기기, 자율주행차, 증강현실(AR)과 게임기 등으로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생산 라인 확대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이밖에도 인공지능(AI) 시대에 대비해 차세대 시스템 반도체 '신경망처리장치(NPU·Neural Processing Unit)'와 미래 차량용 반도체 등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어 성과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시스템 반도체 1위 달성을 앞당기기 위해 이재용 부회장의 사법리스크가 해소되는 대로 대규모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이미지센서 시장에서는 수년 내 세계 1위 자리도 넘볼만하다"며 "삼성전자가 2030년 시스템(비메모리) 반도체 1위 목표 달성을 위해 유수의 글로벌 기업과 M&A를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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