톈안먼 시위 진압 거부했던 인민해방군 전 사령관 별세

입력 2021-01-10 10:02
수정 2021-01-10 10:10
톈안먼 시위 진압 거부했던 인민해방군 전 사령관 별세

5년 옥고 치른 쉬친셴…코로나19 봉쇄 스자좡서 눈감아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당시 강제진압 명령을 거부해 옥고를 치른 쉬친셴(徐勤先) 전 인민해방군 38군 사령관이 지난 8일 별세했다고 홍콩 빈과일보 등이 10일 보도했다. 향년 86세.

빈과일보는 쉬 전 사령관이 허베이(河北)성 스자좡(石家莊)에서 8일 정오께 숨을 거뒀다고 전했다.

스자좡은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전면 봉쇄된 상태다.

빈과일보는 당국이 쉬 전 사령관의 장례를 위해 베이징에 있는 그의 세 자녀가 스자좡을 찾는 것은 허용했지만, 친구들의 방문은 불허했다고 전했다.

또한 '전 인민해방군 38군 사령관'이라는 표현을 묘비에 새기거나 장례식에서 언급하는 것도 불허했다고 덧붙였다.

톈안먼 사태는 1989년 6월 4일 민주화와 정치개혁을 요구하면서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시위를 벌이던 대학생과 시민들을 중국 정부가 탱크와 장갑차를 동원해 무자비하게 유혈 진압한 사건을 이른다.

당시 최고 실권자이자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이었던 덩샤오핑(鄧小平)의 구두 지시를 받아 강경파였던 양상쿤(楊尙昆) 중앙군사위 부주석이 전면에 나서 군을 동원해 시위대를 유혈 진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쉬 전 사령관은 시위대를 향해 발포하라는 상관의 지시를 거부해 5년간 옥고를 치렀다.

빈과일보는 톈안먼 시위에 참여했던 이들과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전직 중국 관료들이 잇달아 온라인에 애도를 표했다고 전했다.

톈안먼 시위 주역 중 한명인 왕단(王丹)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쉬 전 사령관의 말년을 담은 사진 두 장을 올리며 고인을 애도했다.

왕단은 빈과일보에 "그는 6월 4일 시위 도중 군이 베이징에 입성하는 것을 단호히 거부하며 학생들을 보호했다"면서 "당시 시위에 참가했던 학생들은 그를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빈과일보는 고인이 말년에 스자좡 자택에서 24시간 감시를 받으며 생활했고, 백내장과 폐렴 등을 앓았다고 전했다.

이어 "고인은 톈안먼 시위 당시 명령에 불복종한 것을 후회하지 않았으며, 시위 당시의 일에 관한 회고록을 쓰지 않은 것을 가장 후회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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